화웨이 멍완저우 CFO 미국송환 거부소송 패소판결과 캐나다의 앞날

2020-05-28     박고몽 기자

캐나다 경제가 미중간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캐나다 법원이 27일(현지시각) 화웨이 재무최고책임자(CFO)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한 미국의 송환 요건이 충족된다며 미국정부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화웨이가 중국 최고의 통신 장비 업체이고 그 회장이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이며 중국이 보인 패권 행태를 감안할 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멍 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사진=캐나디언프레스

이에 따라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1개월간 자택연금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캐나다와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호주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한 것처럼 캐나다에도 비슷한 보복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봉쇄령이 경제가 위축되고 주력 산업인 석유산업이 거의 마비되는 등 캐나다 경제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28일 로이터통신과 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의 헤더 홈즈 부대법원장은 미국에서 기소된 멍 부회장의 혐의가 캐나다에서 이뤄졌어도 범죄가 성립된다고 27일 판결했다. 

지난 2018년12월 미국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사법당국에 체포된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캐나다 내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멍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석방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쌍방 가벌성' 문제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었다.

쌍방 가벌성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청구국과 피청구국 모두에서 성립해야 신병 인도가 가능하다는 원칙이다. 멍 부회장의 행위가 미국에서 처벌 대상이지만 캐나다에서는 불법이 아니라면 캐나다는 멍 부회장을 미국에 넘길 수 없다.

미국 검찰은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화웨이와 2개 관계회사와 멍 부회장을 지난해 1월 은행 사기, 기술 절취, 사법 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멍 부회장 등은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홍콩의 화웨이 위장회사로 알려진 스카이콤 테크와 미국 현지의 화웨이 디바이스 USA와의 관계를 거래 은행 등에 의도적으로 감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과의 사업을 위해 HSBC 은행을 속이고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며 캐나다에 멍 부회장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멍 부회장 변호인 측은 미국의 제재를 어긴 건 캐나다에서는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 캐나다 중국대사관은 이날 “화웨이와 중국 하이테크기업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의도에 대한 공범”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멍 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캐나디언프레스

화웨이는 캐나다 법원의 판결로 실망했으며 캐나다의 사법제도가 궁극으로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6월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최종 변론은 오는 9월 말이나 10월 초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음달부터 열리는 재판에서는 캐나다 당국이 멍 부회장을 체포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관한 심리가 열린다.

이번 재판의 불똥은 캐나다 경제 전반으로 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중국 기업의 캐나다 기업 인수에 대한 캐나다 정부 차원의 제동이다. 파이낸셜포스트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는 중국 국유기업인 산둥마이닝의 캐나다 금광회사 TMAC 리소시스의 인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분은 '투자캐나다법'이다. 

제이슨 닐 TMAC CEO. 사진=파이낸셜포스트

 

TMAC는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북극 지역인 누나부트 준주 케임브리지베이에 금광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7년 누나부트주 금광에서 금을 생산했지만 한 번도 최고 생산량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몇년 간 15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산단가가 업계 최고 수준인 온스당 1100달러(2019년 기준)인데다 예상만큼 많은 금을 생산하지 못했다.

TMAC의 캐나다 케임브리지 베이와 호프 베이 금광 위치. 사진=TMAC

 

캐나다 정부는 중국 기업의 캐나다 금광인수건에 대한 검토 이유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관련 업계 전문 변호사들은 "캐나다 연방 정부가 대중 긴장 고조에 따른 국가 안보를 감안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염병을 이유로 국유기업에 의한 모든 투자는 더 정밀한 조사를 받도록 했다.  

스티븐 하퍼스 정부에서 공공안전긴급준비 장관 참모를  지낸 앤드류 하우스(Andrew House) 파스켄 로럼 변호사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안보 고려와 정치 고려이 기묘한 혼합"이라면서 "투자캐나다법은  캐나다 정부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서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모든 거래를 검토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가 안보'라는 게 법률 용어도 아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한 변호사는 "국가안보는 법에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면서 "아주 유통성이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연방 정부의 이번 재검토는 서방의 중국 기업 공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국에서 취약한 기업을 중국 기업이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유럽 경쟁당국의 책임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최근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중국의 인수 위협애 맞서기 위해 기업 지분을 사야 한다"면서 "취약한 기업이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중국이 보복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캐나다산 축산물과 농산물 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해 캐나다 농축산민을 괴롭힐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에 이승을 떠난 칼 마르크스의 말대로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이보다 더 확실한 사례가 있을까?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기자 clement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