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 중동 위기에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 고심

2026-04-10     박태정 기자

알루미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발 물량이 끊기자 호주산으로 대체하거나 심지어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고심하고 있다. 중동산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알루미늄 제조회사 UAJC의 후쿠이 제조소의 알루미늄 강판 모습. 이 공장은 알루미늄 캔용 알루미늄 판을 생산한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 캔 2개중 하나는 이 회사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다. 사진=UAJC 엑스(옛 트위터)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9일(현지시각) 이란발 알루미늄 공급망 붕괴로 알루미늄 가격이 치솟자 수입 대체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국가들은 저렴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 알루미늄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다. 이란의 보크사이트 정제소와 알루미늄 제련소 공격으로 공급 차질이 생겼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형 생산업체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은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제련 공장이 파손됐으며 완전 복구에 최대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와 바레인의 보크사이트 정제소도 보크사이트 수급 차질로 가동을 부분 중단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3개월 선물 가격은 1t당 3476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한 달 사이 10% 급등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22년 3월(4073달러)에 근접했다. 

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자동차 차체, 가전제품 하우징, 음료 캔 등의 원가 상승으로 직결돼 일본 알루미늄 업체들은 원재료 대체원을 찾고 있다.  일본은 호주와 브라질, 중동산 잉곳에 의존해왔다. 2025년 말 기준으로 합금을 포함해 알루미늄의 수입 잉곳의 30%남짓이 중동산이었다.

대기업인 레조낙 홀딩스 등은 호주, 남아프리카 등으로 조달처를 빠르게 옮기고 있으나, 특정 합금을 수입해온 중소기업들은 러시아 외에는 대안을 찾기 힘들어 러시아산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체 합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중동산을 수입하고 중동 제련업체의 특정 규격에 맞춰 공정을 최적했기 때문에 단기에 공급원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러시아산 수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산 알루미늄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아시아로 직접 연결되는 만큼 일본 기업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알루미늄 생산 5%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러시아 알루미늄 생산 기업 '루살' 일본 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제조업체들로부터 제품 사양과 조달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양의 알루미늄을 구매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에 동참하며 수입량을 90% 이상 감축했다.

러시아산 수입 확대는 '전쟁 자금 지원'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불러올 수 있고 은행 거래 중단과 같은 금융 제재(세컨더리보이콧)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스미토모상사의 글로벌 조사부문 다카유키 혼마는 닛케이아시아에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 증가로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다양한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무역 회사의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최종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러시아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은행 거래 중단과 같은 관련 위험이 그러한 조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