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라피더스 6315억 엔 추가 지원...첨단 반도체 연구 개발

2026-04-13     박태정 기자

일본 정부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호령한 '반도체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국가 지원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에 6315억 엔(약 5조 9139억 억 원, 약 40억 달러)을 추가 지원한다. 2022년에 설립된 라피더스는 2나노미터 기술을 활용한 첨단 칩을 2027 회계연도 하반기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영광 재건을 위해 설립된 라피더스. 사진=라피더스 홈페이지

13일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아시아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라피더스의 첨단  칩 연구개발을 위한 추가지원을 승인했다.  라피더스 측도 2026 회계연도 계획과 예산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내년 3월 말까지인 2026 회계연도 지원을 포함해 라피더스의 개발 목적에 제공된 총지원액은 2조 3500억 엔(약 22조 44억 6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주도로 보조금 총액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니, 토요타,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기업이 합심해 '재팬 연합'을 결성하며 민간 차원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일본은 국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최근 중일 간 긴장 고조와 같은 외부 충격과 위험에 대비하려고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국가 안보에 중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후지쓰와 IBM 재팬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칩 생산을 라피더스에 아웃소싱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라피더스 측은 올해 계획과 예산을 승인받은 만큼 차세대 2nm 로직 반도체 양산 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PDK를 정식으로 출시하고, 시범 생산 라인에서 개발한 단기 생산 시스템에 필요한 장비, 운송 시스템, 생산 관리 솔루션을 구축,  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츠요시 코이케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이사는 "2025 회계연도에 라피더스는 일본 최초의 2nm GAA 트랜지스터 검증과 업계 최초의 600mm 정사각형 패널을 사용한 유기 절연막 RDL 인터포저 프로토타입 개발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에서 꾸준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제 2나노 공정의 대량 양산 단계에 진입하려면 앞으로 수십조 단위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에만 최대 560억 달러(약 84조 5600억 원)를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라피더스의 자본력은 여전히 열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들어가는 '쩐의 전쟁'에서 일본 정부가 얼마나 지속해서 자금줄 역할을 할 지가 삼성과 TSMC를 추격하는 핵심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2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이 깃발을 꽂았다.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 시에 건설 중인 첫 공장을 발판 삼아 내년부터 양산 테스트를 시작, 2027년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제3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라피더스가 IBM과 손잡고 2나노 공정에 안착한 속도는 놀랍지만 '양산 수율'과 '앵커 고객(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NA EUV'의 확보가 필수이다.  2나노 공정의 정밀도를 결정짓는 이 장비는 전 세계 공급량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거인들과의 쟁탈전에서 라피더스가 실질적인 양산 능력을 입증할 만큼의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엔비디아나 애플과 같은 앵커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공정 속도가 빨라도 대형 고객사가 물량을 맡기지 않으면 라피더스가 내세운 고부가가치 '신칸센 요금 체계'는 수익 모델로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율 안정성을 증명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라피더스는 사실상 국책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정권 교체나 막대한 초기 적자가 발생할 때 일본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흔들림 없이 막대한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가 일본 반도체 재건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