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아"알루미늄 시장, 2000년 이후 최대 공급 충격 직면"
JP모건 "알루미늄 시장, 블랙 홀 향한다" 경고
이란 전쟁과 물류차질로 세계 알루미늄 시장이 2000년 이후 최개 공급 충격에 직면해 있다는 스위스 상품 중개업체 머큐리아의 경고가 나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이 단기간에 재개되더라도 '전 세계 알루미늄 시장은 심각하고 장기 공급 차질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경고에 이어 나온 것이다. 알루미늄(잉곳, 빌렛 등)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한국 알루미늄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석유산업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24일(현지시각) 머큐리아의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걸프 지역의 심각한 생산 차질 이후 세계 알루미늄 시장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머큐리아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상품 중개 회사로 석유, 가스, 전력, 액화천연가스(LNG), 금속 등 다양한 시장에서 실물 상품을 판매, 운송, 보관, 거래한다.
머큐리아의 상품 분석가 닉 스노든은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의 '상품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알루미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 충격의 규모는 2000년 이후 비철금속 시장이 겪은 단일 공급 충격 중 가장 큰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스노든은 "우리는 이미 '블랙 스완' 사태에 직면해 있다"면서 "누구도 이 정도 규모의 사태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노든이 세계 알루미늄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걸프 지역이 전 세계 공급량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제련소들이 이미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으며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수십 년 만에 금속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해석했다.
중동 최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아랍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은 최근 이란이 알타윌라 제련공장을 공격하자 련소 가동을 중단하고 공급망 차질을 이유로 일부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EGA는 두바이 소재 제벨알리와 알타윌라 등 2곳에서 알루미늄을 제련하고 있다. 두 공장의 연간 알루미늄 제련 능력은 각각 100만t, 130만t 수준이다.
바레인의 알루미늄 바레인(Alba)은 3월 초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출하를 중단했다. 3월 말 공격을 받아 가동률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알바는 지난해 기준 연간 총 162만t의 알루미늄 제련 능력을 갖춘 중동의 대표 알루미늄 생산 기업이다.
바레인 스틸의 모기업인 바레인 풀라스 홀딩(Foulath holding)은 전쟁에 따른 불안과 물류지장을 이유로 3월 28일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이미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 현금결제 즉시인도 알루미늄(현물) 가격은 지난 16일 1t에 3678달러를 기록한 이후 소폭 하락해 24일 3685달러에 마감하는 등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최근 한 달간 약 11% 상승했으며 1년 전에 비하면 약 47.8% 상승했다.
머큐리아는 연말까지 최소 200만t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장기화하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한 알루미나 수송이 심각하게 제한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스노든은 "이러한 부족분은 가시적인 재고 약 150만t과 비가시적인 재고를 포함한 전 세계 총 재고 300만t과 비교했을 때 시장의 완충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더 큰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걸프만 사태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공급망은 미국과 유럽이라고 경고했다. 두 지역 모두 중동산 알루미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미 재고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JP모건 분석가들은 지난주 알루미늄 시장이 블랙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이 단기간에 재개되더라도 전 세계 알루미늄 시장은 심각하고 장기 공급 차질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