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기준금리 연 3.75%동결...'물가'와 '고용' 딜레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 3.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란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반명, 고용시장에서는 비농업 고용이 늘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등 고용 지표가 개선되면서 Fed 위원들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부 위원들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문구에 반대하는 등 통화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 균열을 드러냈다.
30일(이하 현지시각) CNBC와 마켓워치에 따르면,Fed는 29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 범위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Fed는 FOMC 후 낸 성명에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3%로 2월(2.4%)에 비해 크게 올랐다.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에 비해서는 0.9% 올라 2월 상승률(0.3%)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월간 기준 상승률은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과 관세 정책 여파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은 전달에 비해 무려 10.9% 뛰었다.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 2.7%를 밑돌았지만 미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함을 입증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Iinflation Nowcasting)은 4월 CPI는 약 3.5% 수준으로 추가상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고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비농업 고용은 예상치(6만~8만 명 증가)을 크게 웃도는 17만8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4.3%로 2월(4.4%)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시장이 '낮은 채용-낮은 해고(low-hire, low-fire)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정책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FOMC 내 표결이 8대 4로 갈리며 분열 양상을 보였다. 위원 4명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미란 Fed 이사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동의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책 문구에 반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 포함된 '추가 조정' 표현이 금리 인하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여전히 높은 물가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Fed가 직면한 정책 딜레마를 그대로 드러냈다. 물가는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경기와 고용은 둔화 조짐과 회복 신호가 혼재돼 있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시 충격으로 간주된 요인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더 불투명해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웃 캐나다도 같은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중동지역 갈등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 2.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4회 연속 동결이다.
앞서 일본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후 3회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 1995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