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얼마길래 캐나다 4월 물가 2.8% 올랐나
중동발 지정학 위기에 따른 국제 유가 폭등이 캐나다 민생 경제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연방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휘발유 가격이 연일 치솟으면서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0일(현지시각) 캐나다 CBC 방송 등에 따르면, 캐나다 통계청은 19일 4월 소비자물가가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4년 5월 2.9%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란 전쟁 전쟁 여파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차단되면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4월 에너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19.2% 폭등했다. 3월에도 3.9% 상승했다. 석유제품 가운데 휘발유 가격은 28.6% 폭등했다.
캐나다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평균 리터당 129.6센트에서 올해 1월130.4센트, 2월 134.9센트로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인 3월에는 164.2센트로 급등했고 4월에는 178.8센트로 추가로 올랐다.
몬트리올의 휘발윳값은 올해 1월 146.3센트에서 2월 150센트로 거의 비슷했으나 3월 178.8센트, 4월 190.3센트로 급등했다. 밴쿠버에서는 휘발윳값은 1월 리터당 153.3센트에서 2월 171.3센트로 올랐고 이어 3월에는 197.9센트로 뛰고 4월에는 213.1센트로 급등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통계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차질과 값이 비싼 여름 혼합 휘발유로 전환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연방 정부가 민생 안정을 위해 유류세(Fuel Excise Tax) 부과를 일시 중단하기로 한 조치 덕분에 그나마 물가 상승폭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가격 강세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올라서는 데 결정 요인 역할을 했디.
연방 정부가 1년 전 소비자 탄소세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으로 기저효과가 발생하면서, 이번 4월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 폭이 더 커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CBC는 전했다.
지난해 4월 탄소세를 폐지하면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18센트가량 인하됐다. 이 조치는 지난 12개월 동안 종합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으나, 현재는 해당 감면 효과가 연간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물가를 낮추기보다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와 에너지 외 다른 물가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 임대료(월세) 상승세는 지속됐으나 속도는 다소 누그러졌다. 전국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3월(4.2% 상승) 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주거비는 1.8% 상승했다.
식품 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 3월 4.0%에서 4월에는 3.5%로 완화됐다. 이는 올해 초 급격히 오른 닭고기, 신선 채소, 커피, 차 등의 식료품 가격 인상 속도가 한풀 꺾인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지난 3월 11.5% 오른 패키지 여행(단체 관광) 상품 가격은 4월에는 11% 하락했다.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의 앤드루 그랜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서한에서 "치솟는 연료비와 직결된 항공권 가격 인상분은 4월 물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항공권 거래는 티켓을 구매할 때가 아닌 실제 비행기에 탑승할 때 통계에 기록되기 때문이며,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다가오는 여름 철 인플레이션 수치에 본격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가 다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으나,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서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OC는 지난달 2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4회 연속 동결했다. 다음 금리 결정일은 6월10일이다.
몬트리올은행(BMO)의 더그 포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나 식료품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며 기조 물가는 전체 상승률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포터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서한에서 "주유쇼의 골치 아픈 기름값 폭등 현상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이번 물가 보고서는 명백히 가라앉아 있는 상태"라면서 "자동차 주유나 식료품 구매처럼 생활에 필수인 비용들만 아니었다면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차 가지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름값 폭등과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캐나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중동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캐나다 경제 전반에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