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판 日TOTO, 800억 엔 투자… '1나노대' 반도체 부품 겨냥
변기 제조 조하우 칩 생산에 접목...고성능 세라믹 부품 '정전척' 세계 2위 자리매김
일본의 위생 도기업체 TOTO(이하 토토)가 반도체 제조 장비용 부품 사업에 향후 5년간 800억 엔(약 760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 위생 도기(양변기 등)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관련 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오랫동안 구조 전환이 정체돼 있는 일본 제조업의 모습을 AI가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토토는 생산 능력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풀가동 중인 후쿠오카현 부젠시와 오이타현 나카쓰시 공장에 최신 설비를 도입하고, 부젠 공장 내에는 내년 1월 완공 목표로 새로운 소성(불에 굽는 공정) 시설을 짓고 있다. 토토는 이번 투자로도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신규 공장 건설까지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당초 토토는 2028년까지 약 3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에 맞춰 투자규모를 800억 엔으로 늘기로 했다.
영국의 유명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 캐피털(Palliser Capital)이 지난 2월 토토 지분 인수사실을 발표하고 토토를 '시장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AI 수혜주'라고 지목하며 본업인 화장실 투자 대신 반도체 세라믹 부문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하게 압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토토 경영진은 지난 4월30일 실적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세라믹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격상하고 공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며 팰리서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1917년 5월 동양도기 주식회사로 설립된 토토는 1980년대부터 변기를 구운 노하우를 응용해 반도체용 '고기능 세라믹' 사업에 진출해 부품을 생산해왔다. 수익성이 낮아 사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해 미운 오리새끼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시장 호황과 함께 토토의 세라믹 부품 사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빛을 보고 있다.
토토가 반도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100년 넘게 쌓아온 세라믹 소성 기술 덕분이다. 핵심 제품은 정전기 척(Electrostatic Chuck, ESC)이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에칭과정에서 고온과 강한 화학 가스 속에서도 웨이퍼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주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필수 부품이다. 토토의 초정밀 세라믹 기술은 균열에 강하고 열 변형이 없어 세계 정전기 척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토토는 정전기 척 외에도 3차원 적층 기술에 필요한 기판 등 다양한 세라믹 부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세라믹 부품 사업에서 250억 엔(약 242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 말로 끝난 2025 회계연도에 세라믹 사업(반도체 부품)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289억 엔을 기록, 주력 사업인 주택설비(양변기 등)의 영업이익을 공식 추월하며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674억 엔으로 집계됐다.
토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6120억 엔, 영업이익은 5.2% 늘어난 580억 엔, 경상이익은 4.8% 증가한 590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