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성전기 목표주 잇따라 300만 원 제시하는 이유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고성능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증권사들이 잇따라 300만 원으로 올리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 등지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핵심 부품 공급 부족 현상 심화에 따른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MLCC 시장에서 일본의 무라타제작소가 초소형, 고용량, 전장(차량용) MLCC 분야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30~40%를 차지하고 있고 TDK는 주로 자동차 전장용 고신뢰성 MLCC를, 타이요유덴은 고용량 IT·산업용 MLCC를 생산한다. 한국의 삼성전기는 세계 2위의 MLCC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 22~25를 차지하고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ADAS)용 고부가 MLCC 시장에서 무라타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삼화콘덴서는 친환경 자동차와 전력인프라용 MLCC를 생산한다.
FC-BGA는 일본의 이비덴이 세계 1위 기업이며 신코전기, 교세라, 한국 1위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과 NH투자증권, iM증권은 이날 삼성전기에 대해 MLCC와 FC-BGA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2028년까지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7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6월 30일 종가(218만4000원) 에 비해 37%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KB증권은 지난달 19일 MLCC와 기판의 초호황 진입을 예상하며 300만 원으로 상향했고 DB금융투자는 지난달 초 가장 먼저 목표주가 300만 원을 제시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MLCC 업체들의 AI 서버용 생산능력(Capa) 확대는 글로벌 전체 생산능력 축소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데이터센터향 초소형 고용량 MLCC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는 글로벌 탑티어 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기업과 약 4500억원 규모의 MLCC 단일 판매·공급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2027년 1년간 AI 데이터센터향 초소형·고용량 MLCC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김 연구원은 "2027년 공급 물량에 대해 현 시점에 대규모 장기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은 AI 서버용 고부가 MLCC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객사의 중장기 MLCC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MLCC가 AI 서버 내 핵심 부품으로 거듭났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기와 무라타(Murata)가 과점하고 있는 영역으로 향후에도 후발 업체들의 진입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고수익성 MLCC 매출 비중 확대로 믹스 개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후발 업체들의 고전압 MLCC 공급 확대로 글로벌 MLCC 생산능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어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C-BGA 또한 구조적 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기판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에도 실질 공급 증가분은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으며 탑티어 기판 업체들은 고객사 선수금 또한 선별적으로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타이트한 수급 환경으로 인해 서버 외에도 PC 및 전장용 FCBGA 판가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가파른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iM증권도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23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30% 상향했다. iM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AI 인프라 시장 내 삼성전기의 독점 지위와 AI데이터센터용 MLCC 대규모 공급 계약에 따른 판가 상승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2026~2028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6~13% 높은 1조 7000억 원에서 4조 9000억 원 사이로 제시했다.
iM증권은 삼성전기가 서버용 MLCC 생산을 늘리고 범용 제품 생산을 축소하면 시장 전반에 공급 부족이 확산할 수 있으며 이는 판매가 상승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의영 연구원은 "이번 MLCC 공시는 범용 부품이 LTA 기반 스페셜티 부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2027~2028년 수요를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더 공고해졌고 여기에 회사의 멀티플과 EPS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범용 MLCC 생산 축소가 더 빨라질 전망"이라면서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 대량 양산과 이번 수주 양산이 더해지면 MLCC 수급 타이트는 서버용을 넘어 범용 제품으로 빠르게 번져나갈 것"이라 전망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