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확충'이 최우선 과제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6일부터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는 견실한 대외건전성과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우리 외환·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수요를 반영한 개혁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빗장을 완전히 푸는 혁신이 진정한 '금융 영토 확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외투 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어줄지는 두고봐야 한다. 그렇기에 걱정을 감출 수 없다.
국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은 20005년부터 2016년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됐다. 이후 20216년부터 2024년까지는 오후 3시 30분으로 연장됐고 이어 2024년 7월부터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더 연장됐다. 이번에는 24시간 운영체제로 바꾼 것이다. 월요일 오전 7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중단 없이 운영된다.
구 부총리는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을 단순한 거래시간 확장이 아니라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투자자와 수출입기업의 환전·헤지 수요에 더 탄력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 제약 없이 외환거래가 가능해지면 수출입기업은 실시간 환리스크 관리가 쉬워지고, 국내 금융기관과 중개회사도 글로벌 영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원화의 글로벌 도약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시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평가는 맞는 말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는 좋은 면만 부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외환 투기세력이 달려들 경우는 과연 한국은 방어벽을 갖춰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 묻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을 4270억 달러다. 규모 면에서 싱가포르(4301억 달러), 홍콩(4459억 달러), 대만(6051억 달러), 인도(6669억 달러)보다 적다. 1달러에 1400원 선을 위협받는 원화 약세 흐름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은 최근 6분기 연속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시장에 팔며 개입했다.국민연금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는 외환 스와프를 체결하며 5월 한 달 동안에 8억 8000만 달러나 줄었다. 6월에 겨우 3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처럼 실탄이 줄어들었는데도 부총리는 '대외건전성'이 견실하다며 외환시장 24시간 운영 체제를 도입했다.
더 걱정스런 것은 앞으로도 환율이 극심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시장에 더 자주 개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선택하면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근 40년 사이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약세는 대리 통화로 통하는 한국 원화의 약세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적 동조화'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부터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되어 외국인이 국내 계좌 없이 원화를 거래하면 투기성 자금의 유출입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 외환당국은 이상하리만치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 등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 보유액을 무섭게 증액하는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상하게도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수출입차)가 780억 달러 흑자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는 그 규모가 1383억 달러로 더 늘었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24억 5000만 달러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 동안 6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금 당국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거창한 개장 기념 사진 촬영이 아니다.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확충하는 일일 것이다. 현재 보유액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싱가포르는 국내 총생산(GDP)의 71% 대만은 73%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놓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겨우 20%대에 그치고 있다. 외환위기를 당하고 가계가 풍비박산이 난 경험이 있는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하반기 변동성이 심할 국내외 여건을 감안해 통화스왑을 확대하고 외환보유액을 더 넉넉히 쌓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