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티타늄 판재 생산 중단 등 검토하는 속사정

2026-07-15     박준환 기자

포스코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온 티타늄 판재 사업 운영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채산성이 낮아진 소규모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강판 등 경쟁력을 확보한 고부가 제품에 주력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받아들여진다.

포스코의 티타늄 냉연 제품. 사진=포스코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티타늄 판재 사업의 생산 중단을 포함한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가 티타늄 판재 생산을 멈추면 국내 수입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선·석유화학·발전설비 등 일부 산업에서는 수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특정 환경에서 티타늄 소재가 필요한 만큼 안정 조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티타늄 전용 공장을 두지 않고 원소재를 조달한 뒤 기존 압연설비를 활용해 열연·냉연 판재를 생산해왔다. 티타늄 열연은 높은 내구성과 우수한 내식성을 요구하는 선박과 화학설비의 외장재로 널리 사용된다. 티타늄 냉연 Gr.1은 내식성과 가공성이 뛰어나 주로 판형열교환기에 사용되며,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로서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에 있어 필수 제품이다.

티타늄 후판은 조선, 화학설비, 전극재등으로 널리 사용되며 포스코는 블랙 플레이트와 화이트 플레이트를 생산한다. 특히 화이트 플레이트는  전기차 모터의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설비에 사용되어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꼽힌다. 

포스코가 생산 중단을 결정하더라도 설비를 폐쇄하거나 매각하지는 않는다.  기존 압연설비에서 티타늄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8년 티타늄 사업에 진출해 2009년 하반기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10년 상업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2015년 5월에는 생산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누계 판매량 1만 t을 달성했을 만큼 급성장했다. 문제는 중국의 저가 공세다. 

포스코의 생산량은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으로 과거의 3분의 1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 세계 티타늄 스펀지와 판재 생산량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연간 8만~10만t 이상의 티타늄 판재 등을 생산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중국 내 티타늄 기업들은 주로 중국의 '티타늄 밸리'로 통하는 산시성 바오지시에 집중돼 있다. 바오티그룹과 바오지티타늄공업은 아시아 최대 생산능력을 가진 국영 기업이며 바오 치신 티타늄은 중국 티타늄 밸리의 대표 민간 선도 기업이다.

오사카 티타늄의 티타늄 잉곳. 사진=오사카 티타늄 홈페이지

일본에서는 도호티타늄과 오사카티타늄이 고순도 티타늄 원자재인 스펀지와 잉곳을 생산한다. 또 오사카티타늄의 주요주주인 고베제철도 항공기 엔진 회전체나 경량 기체 구조물에 들어가는 최고급 고강도 티타늄을 가공하며 일본 최대의 철강기업으로, 종합 금속 소재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일환으로 티타늄 판재와 관재 등 가공 제품 생산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티타늄은 무게는 철의 60% 수준으로 가벼우면서 강도는 약 두 배로 높고 바닷물과 화학물질에도 잘 부식되지 않는 금속이다. 조선·해양플랜트 설비, 석유화학 공장의 열교환기와 배관, 발전설비, 항공우주와 방산, 의료기기 등에 쓰인다. 일반 강재로 대체하기 어려운 곳에 들어가지만 가격이 비싸고 국내 수요가 제한돼 있다는 게 한계다. 

이처럼 사용처가 다양한 탓에 티타늄 판재 등 완제품 소비량은 연간 15만~20만t 수준에 이른다. 그중 중국을 포함해 미국·한국·영국·일본 등 5개국의 티타늄 소비량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은 2000년대 후반까지 티타늄 강판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2010년 포스코가 상용화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원은 "포스코가 티타늄 판재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사업 규모와 수입 제품의 대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