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예측 전문가 "내년 엔화 달러당 170엔"
블룸버그의 최신 환율 예측 정확도 1위 전문가가 내년에 엔달러 환율이 최고 170엔까지 상승(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엔달러 환율이다. 엔달러 환율이 170엔까지 상승하면 일본 경제는 수출 대형주의 역대급 실적 호황과 수입 물가폭등에 따른 고물가 충격이라는 극단의 양극화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스는 인도의 외한전략가인 비크람 무라르카(Vikram Murarka)가 뉴스를 대부분 배제하고 기술 분석에 주로 초점을 맞춘 예측 모델을 사용해 이같이 예측했다고 17일(현지시각) 전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같은날 뉴욕 외환시장의 엔달 환율 종가는 162.41엔으로 약 40년 사이에 가장 높다. 장중 최고 162.51엔, 치저 162.11엔 사이에서 등락을 보였다.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 방어를 위해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 7300억 엔(약 723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실패한 결과다. 미국과 일본의 큰 금리 차이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규모 지출 계획이 엔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크람 무라르카는 크시티즈 컨설턴시 서비스(Kshitij Consultancy Services)의 창립자로 1991년 부터 외환거래와 예측을 해왔으며 지난 2분기에 엔달러 환율을 가장 정확하게 맞춘 예측가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달러 유로 환율 예측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그는 일본 재무성이나 총리 관저에서 나오는 모든 헤드라인 뉴스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의 신호에만 집중한다. 니케이 225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비율, 단기 금리 차이, 엔화 대비 위안화의 강세와 같은 변수들을 추적하는 차트들을 활용한다.
무라르카는 재팬타임스에 "2024년 이후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미일 국채 금리 차이보다 닛케이-다우존스산업평균 비율로 훨씬 더 잘 설명된다"면서 "이것이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관계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르카는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일본 외의 고금리 자산 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인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엔화 가치에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며 엔화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강세) 시나리오에서조차 단기로는 엔화가 달러당 약 154엔까지만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70엔은 1년 뒤를 내다보는 합리적인 목표치이며, 이 선이 깨진다면 더 높은 수준(엔화 약세 심화)이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면서 "일본 재무성의 시장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상당히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Finance Minister)과 일본의 최고 외환 담당 관료인 미무라 아쓰시(Atsushi Mimura) 재무관도 "언제든 '과감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외환시장에 구두개입 해왔으나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인 정부연금투자펀드(GPIF)를 포함한 일본의 대형 연금펀드들에게 일본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했으나 엔화 가치를 일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금리를 인상했지만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왑(OIS) 시장은 트레이더들이 올해 단 한 차례의 추가적인 0.25%포인트 금리 인상만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의 저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보여준다. 다카이치 총리의 금융 완화 선호 성향 역시 BOJ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을 걸림돌로 꼽힌다.
엔달러 환율이 170엔까지 오를 경우 도요타, 소니, 미쓰비시전기, 이비덴 등 글로벌 수출 제조사들의 엔화 표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약 400억~500억 엔 증가한다. 해외 시장에서 가전, 자동차, 반도체 소부장 제품의 달러 기준 판매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전 세계 마켓 셰어(점유율)를 확대하는 데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일본 경제 구조상, 170엔의 환율은 치명적인 물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 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 가속화를 견디지 못하고 최종 소비재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재정과 통화 정책의 근본 변화 없이는 엔화의 강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