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가격, 공급부족에 가파른 상승세...1t 5만 4000달러대

반도체·AI 열풍 수요 폭발과 주요 생산국 공급 차질 맞물려

2026-07-28     박태정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 성장으로 반도체 제조를 위한 주석(Tin)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주요 생산국의 공급은 차질을 빚으면서 주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약 30% 올랐다. 중국에서는 6개월 사이에 40%가 급등했다. 수요 증가로 주석 가격은 오는 2030년까지 3배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솔더볼 등을 생산하는 엠케이전자와 덕산하이메탈, 주석도금강판을 생산하는 TCC스틸, KG스틸 등의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광업기업 티마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정련 주석 잉곳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티마 홈페이지

2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현금결제 즉시인도 주석 현물 가격은 27일 1t에 5만 4250달러로 전날에 비해 1.88%(1000달러) 상승했다.

이는 올해 1월2일 4만 2050달러에 비하면 29% 이상 뛴 것이다. 

LME 주석 현물가격은 올해 3월 19일 1t에 4만 1700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6월2일 5만7525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같은달 24일에는 1t당 4만 9550달러로 주저앉았다. 주석 가격은 이후 다시 상승해 지난 17일 5만 2045달러로 올라선뒤 21일에는 5만 4100달러를 돌파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 주석 현물 가격 추이.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주석은 정밀 전자기기 제조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부착하는 납땜(Soldering) 원료로 사용된다. 과거 주석은 통조림 캔 제조 등에 주로 쓰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첨단 산업의 필수 광물로 재평가받으면서 '연산력의 금속(Metal of Computing Power)'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 주석 시장은 중국이 1위, 인도네시아가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브라질, 페루, 호주, 미얀마, 베트남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026년 3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18회 중국 국제 분말 야금 및 초경합금 전시회(PM China 2026)에 전시된 주석 분말. 사진=VCG/글로벌타임스

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가 이끌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성장으로 전 세계 거대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대대적으로 증설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서버용 메인보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 생산에 주석 땜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AI 서버발 수요 폭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요인들 탓에 지난해 11월 1t 30만 위안(미화 4만 4342달러)에서 올해 5월 말 약 42만 위안으로 6개월 사이에 주석 가격이 40% 급등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구조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공정이 대세가 되면서,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 땜납용 주석 파우더 소모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외에 AI 서버, 광모듈이 핵심 사용처(주요 수요처)가 됐다. 

주석은 전기차(EV)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로 활용되며, 태양광 패널 모듈의 셀을 연결하는 리본 선 제조에도 필수로 들어간다. 디지털과 친환경 에너지라는'쌍둥이 전환(Twin Transition)'의 수혜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게 주석인 셈이다.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전 세계 주석 광산 공급의 약 40%를 담당하는 주요 생산국들은 연이은 규제와 리스크로 생산량이 묶여 있다. 

세계 2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마트라 섬 일대의 불법 주석 광산 약 1000곳을 전격 폐쇄하는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채굴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해 수출 물량이 정체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올해 이론적 주석 수출 할당량(쿼터)은 약 5만 5000~6만t 수준으로 자원 통제 조치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019년의 연간 생산량(약 7만 8000t)에 비해 크게 줄었다.

또 세계 3위 주석 생산국인 미얀마의 최대 광산 지역(와주, Wa State)이 자원 감사와 환경 보호를 이유로 채굴을 제한하면서 중국으로 향하는 주석 원석 공급량이 급감했다. 

신흥 주석 생산지로 떠오른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비시(Bisie) 광산 등은 반군(M23)의 활동과 치안 불안으로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주석 수요가 앞으로 더 증가하고 따라서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상하이금속시장(SMM)의 비키 차오(Vicky Qiao) 수석 분석가는 지난달 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핵심 광물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빅뱅으로 앞으로 5년간 데이터 센터 서버 제조에 투입되는 주석 수요가 현재 수준의 최대 3배 이상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키 차오 수석 분석가는 2025년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AI 서버 부문의 주석 소비량은 연간 약 6000~8000t 수준인데 오는 2030년에는 연간 2만 2000~2만 5000t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SMM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주석 전체 수요가 연평균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MM은 같은 기간 세계 주석 공급량은 연평균 1.16%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오늘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경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주석은 이 거대한 기술 내러티브의 가장 큰 숨은 수혜자로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막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오 수석 분석가는 "AI 공급망을 사수하려는 테크 기업들의 매수 전쟁 속에서, 글로벌 주석 시장은 장기간 수요와 공급이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맞물리는 극도의 초긴장 균형(Strictly Tight Balance)을 유지하며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