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폴리실리콘 15%관세·최저가 설정 최대 수혜기업은

2026-08-07     박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과 그 파생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최저수입가격제(MIP)'를 도입하는 포고령에 전격 서명했다. 포고령에는 미국내 관련 생산 시설을 신축·확장하고 2029년 1월20일까지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은 관세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인센티브 조항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공식 발효된다.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설치 수요 증가와 반도체 국산화를 유도하는 칩스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미국 폴리실리콘 시장은 연평균 11~14%씩 초고속 성장하여 2033~2035년에는 130억~18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OCI가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사진=OCI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위협 조사)' 결과에 기반한 이번 조치는 글로벌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한 중국산 저가 덤핑 제품을 차단하고 미국 내 공급망을 재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 등) 수입품 전반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 일본, 대만, EU(유럽연합), 스위스 등 동맹국 제품의 경우 기존 관세를 포함한 합산 관세율이 15%가 되도록 조정된다. 원래 관세를 내고 있었으면 새로운 관세는 그만큼 덜 걷는 방식이다. 영국은 기준을 10%로 한번 더 완화했다.

또 최저수입가격(MIP)도 정해진다. 저가 공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품목별 가격 하한선을 둔다. 미국 내 판매가가 이 하한선보다 낮으면 차액만큼 관세로 추가 징수된다. 

최저가는 폴리실리콘은 1kg에 21달러, 잉곳 및 웨이퍼는 1kg당 100달러, 태양전지(셀)은 1와트(W)당 0.22달러, 태양광 모듈은 1와트(W)당 0.38달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공급망을 직접 겨냥한 만큼, 미국 현지 선제 투자를 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 뚜렷한 이익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세를 면제받는 기업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켓 리서치 퓨처에 따르면,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의 독점 지배자인 중국은 미국 시장의 약 80~85%를 장악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과 내몽골 등의 저렴한 전기료와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통웨이(Tongwei), 다코(Daqo), 신터(Xinte), GCL 등 글로벌 탑티어 공급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의 화학 대기업인 바커(Wacker Chemie)를 중심으로 고순도 반도체용· 프리미미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OCI홀딩스(말레이시아 생산 기지)를 비롯해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이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의 핵심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약 5~6%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으로는 OCI홀딩스가 꼽힌다. 말레이시아 등 비중국 지역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어 규제 피라미드에서 벗어나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중국산 단가 상승에 따른 강력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화큐셀의 미국 조지아주 달튼(Dalton) 공장 전경.사진=한화큐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한화큐셀)도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북미 최대 규모의 현지 태양광 통합 생산 인프라를 구축 완료했기 때문에, 중국산의 무차별 저가 공세가 멈추면 미국 내 점유율과 가격 협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디 박 한화큐셀 CEO는 "미국 태양광 제조업의 현실을 반영해 전체 공급망을 미국 내로 이전하려는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조치"라며 공식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국내 반도체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인공지능(AI) 칩 제조를 위한 실리콘 웨이퍼의 미가공 원재료 규제여서 타격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반도체용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전체로 규제 범위가 확산되거나 단가가 상승할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가 주관하는 관세 면제 승인을 받으려는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 복귀 계획(Onshoring Plan)의 실행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드시 2029년 1월20일 이전까지 미국 내에서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셀) 등의 생산시설 신축 또는 증설 공사에 돌입해야 하며 미국 정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규모 자본 투자액과 고용 창출 계획도 밝혀야 한다. 

관세 혜택을 먼저 받더라도 추후 투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이 적발되면 면제 혜택이 소급 취소된다. 이 경우 면제받은 미납 관세는 물론 막대한 벌금까지 가산돼 부과된다. 

하나증권 김시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양한 규제를 통해 미국의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 화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번 232 최종 발표로 계약이 촉진되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물량 1.8GW(기가와트)는 마감 공정 을 미국 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