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 사상 최고가 경신, 추가 상승 전망"...풍산 등 주목해야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전기동(구리) 가격이 추가 상승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동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풍산과 LS전선, 대한전선, 전기동을 생산하는 비상장 LS MnM을 거느린 LS 등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동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전기동 선물은 파운드당 6.77달러(1t환산시 1만 4925달러)로 상승하며 지난 5월 기록한 기존 최고치인 6.71달러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 전기동 선물가격도 1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t당 1만4527달러에 근접했으며, 현물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산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LME 현금결제 즉시인도 구리 현물 가격은 6일 1t에 1만 4455달러를 기록했다. 하루전인 5일(1t 1만 4167달러)에 비해 2.03%(287.50달라) 뛰었다.
최근 전세계 구리 생산 증가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우선 원광 생산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칠레 정부 소유 국영 구리 광산 기업 코델코(Codelco)가 지진 위험에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구리광산인 엘 테니엔테(El Teniente) 광산 확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구리 광산은 지난해 9월 산사태 이후 일부 조업이 중단됐다. 현재 이 광산은 평소 생산 능력의 40~5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이 구리 추출 원료인 황산 수출을 중단하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전세계에서 황산 공급 부족이 생기면서 구리 제련소의 생산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구리 정광 현물 제련수수료(T/C)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면서 중국 제련소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동 제련소들의 감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전기먹는 하마로 통하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세계 확장과 관련된 전력망과 발전설비 구축에 따른 견실한 구리(전기동) 수요 전망을 감안하면 전세계 구리 수급은 지속해서 빠듯해지고 가격은 오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동 수입 관세 부과 전망이 코멕스 가격이 LME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미국으로 전기동 유입이 급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멕스 재고는 급증했다. 코멕스 창고 전기동 재고량은 약 65만t 수준으로 연초 대비 약 40% 증가했다.
LME 재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재고도 2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LME 재고량은 6일 기준으로 22만 6650t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한 지난 4월 16일 재고량(40만1700t)에 비해 약 56%가 줄었다. 당시 구리 가격은 1t에 1만 3180달러였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7월 말 기준으로 약 6만9000t으로 약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으로 전기동 물량이 이동하면서 미국 외 지역의 가용 재고를 감소시키고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동 시장의 수급을 더욱 타이트하게 하면서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증권의 박성봉 첨단소재 팀장은 "이 같은 광산 공급 증가 제한, 제련소 감산 가능성, 견조한 전기동 수요, 그리고 미국으로 물량 집중에 따른 지역별 재고 불균형을 감안하면 글로벌 전기동 수급은 하반기에도 타이트할 전망으로 전기동 가격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구리 가격 급등은 제조업체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전기동을 원료로 각종 제품을 만드는 업계는 예외다. 전기동으로 동전과 각종 탄환 등을 만드는 풍산, 전선을 만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납품 계약 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제품 판매 가격에 즉각 반영하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넣은 덕분에 실적 개선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이 업체들은 확보한 구리 재고 자산의 평가액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이익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