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중국에 맞서 세계 최심저 희토류 개발 추진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시마 섬 인근 수심 6km 해저 바닥 진흙속 희토류 개발합의 일본 단일 프로젝트에서 미일 자원동맹으로 성격 변화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최동단 태평양섬인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약 6000m의 해저에서 희토류를 캐내는 심해광산 개발에 합의했다. 미국의 참여로 일본만의 프로젝트에서 자원동맹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외교·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희토류 공급망 독립을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13일 광산업 전문 마이닝닷컴과 블룸버그통신,닛케아시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양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지배력)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광산에서 자석에 이르는 완전한 폐쇄 루프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심해에서 희토류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워싱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두 나라는 같은달 19일 심해 광물자원 개발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심해 과학과 광물 개발 기술을 공유하고 미나미토리시마 희토류 프로젝트를 포함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공동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미나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0km 떨어진 외딴 섬이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 주변 해저 5.6km 진흙 바닥에는 약 160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기차 모터와 첨단 무기 등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을 비롯한 중(重)희토류와 이트륨과 테르븀 사마륨 등 중(中)희토류가 풍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원공학을 전공한 오카베 토루 도쿄대학 교수는 닛케이아시아에 "해당 진흙의 특성이 '이온 흡착형 광상(이온 흡착형 희토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마이닝닷컴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나토리시마 해저 매장지는 280년치 전 세계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이트륨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디스프로슘은 은백색의 희토류 금속으로 열중성자 흡수 능력이 뛰어나 자석의 고온 내열성을 높이는 성질이 있다. 영구자석이 외부의 열이나 자기장에 자력을 잃지 않도록 버티는 힘(보자력)을 크게 높여준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에 소량만 섞어도 섭씨 150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도 자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해준다.
이트륨은 금속을 단단하게 만들고 빛과 열에 강한 특성이 있어 백색 LED 디스플레이와 제트엔진 부품용 고성능 합금, 첨단 세라믹과 의료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중국의 영향력이 특히 강한 희토류 종류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양국의 협력은 중국에 편중된 채굴·정제 공급망을 분산하기 위해 광산 개발에서 가공, 비축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자원안보 정책을 연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일본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극심해에서 희토류 함유 진흙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심해 시추선 치큐는 지난 1~2월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역에서 수심 약 6000m 해저의 희토류 진흙을 인양했다. 심해 진흙을 바닷물과 섞은 뒤 긴 파이프를 통해 해상 선박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의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전략혁신창조프로그램(SIP)에 따르면, 채취된 진흙의 약 54%는 중(中)희토류와 중(重)희토류였다. 이트륨이 29.9%로 가장 풍부하게 함유돼 있었다 4.9%는 원자로 제어봉에 사용되는 가돌리늄, 전기차 모터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은 4.6%를 차지했다. 고성능 자석에 쓰이는 경(輕)희토류인 네오디뮴은 18.1%로 포함돼 있었다.
다음 단계는 연구용 시료를 건져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일본은 2027년 2월 한 달 동안 채굴 시험을 본격 실시할 계획이다. 목표는 해저에서 하루 약 350t의 희토류 함유 진흙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시험에는 단순히 인양하는 게 아니라 채굴한 진흙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정제·제련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심해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기술이 실제 공급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다.
미나미토리시마 프로젝트는 중국이 공급을 차단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독자 조달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중국은 지난해 말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일본과 외교 갈등이 커진 이후 희토류 공급을 강하게 제한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으로 향한 갈륨, 디스프로슘, 테르븀, 이트륨 수출은 전무했다. 일본은 중국 밖에서 가장 큰 희토류 자석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희토류 원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희토류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뿐 아니라 반도체, 항공우주 장비, 미사일, 레이다 등 첨단 산업과 방위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을 만드는 금속이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특히 정제와 고성능 자석 제조 전 가치사슬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미나미토리시마 사업에서 채굴뿐 아니라 정제·제련까지 함께 검증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