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달러약세 등에 4600달러 돌파...역대 최고가 다시 가나

미 재무부 국채 바이백, 미 총부채 40조 달러 돌파, 달러 약세가 금값 상승 동력 전문가들 "중동갈등지속에 따른 유가 상승이 금값 억제 요인"

2026-08-22     박태정 기자

대표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이 달러 약세 등에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미국 국채 시장의 불안, 정부 부채 급증으로 금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어 역대 최고가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 약세 등에 국제 금값이 온스당 46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다시 최고가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순금 골드바와 매수 그래픽. 사진=세계금협회

21일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 금 선물은 전날에 비해 2.4%(109.2달러) 오른 온스당 468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은 장중 4690.4달러까지 올랐다.  

금 현물은 1.55% 오른 온스당 4588.08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이에 따라 주간 기준으로 약 5% 상승했다. 올해 최고 기록한 최고가(온스당 5600달러 부근) 이후 조정장세를 극복하고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Giovanni Staunovo) 원자재 분석가는 이날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전 세계에서  증가하는 부채 수준과 달러화의 약세 지속이 지난해 금값 급등의 기반이 되었으며, 이제 그러한 우려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인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금값을 온스당 5400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값 반등 요인은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조기 상환)이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3%대까지 치솟으며 채권 시장의 긴장감이 극에 이르자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 시장 안정을 위해 10년~30년물 장기 국채 매입(바이백) 작전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2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긴급 유동성 지원 조치로 국채 금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금의 보유 매력(기회비용 감소)이 커졌다.

둘째 미국의 총 국가부채 40조(약 5경 4000조 원) 돌파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의회예산처(CBO)의 기존 전망보다 2년이나 빠른 속도다.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거나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므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달러 가치 하락(Debasement)' 우려가 확산되었고, 투자자들은 실물 자산인 금으로 대거 대피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시장 개입과 고용·소비 둔화 지표가 겹치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가 98 아래로 내려갔다. 국제 시장에서 금값은 미국달러로 매겨지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외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글로벌 구매자들에게 금값의 실질 가격이 낮아져 매수 수요를 자극한다.

하이크로프트 마이닝(Hycroft Mining)의 다이앤 개럿(Diane Garett)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시장이 현재 이러한 움직임을 부채 부담의 비용과 기간이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바로 금 투자자들이 고려하고 있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원동력이며 중앙은행들이 왜 국채에서 금으로 외환보유고를 지속해서 전환하고 있는지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세계금위원회(WGC)의 연례 '중앙은행 금 보유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향후 1년간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역대 최고치인 45%의 응답자가 자기가 소속된 기관의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감소를 예상한 비율은 1%에 불과했다.

개럿 CEO는 "이러한 현상이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더하긴 하지만, 귀금속에 대한 잠재 수요 추세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심의 금·우라늄 개발업체인 네오 에너지 메털스(Neo Energy Metals)의  테오 보툴라스(Theo Botoulas) CEO는 CNBC에"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이번 주 발표와 같은 단기 움직임이 금값의 변동성을 계속 자극할 것이며, 중동의 긴장 상황도 이를 더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그림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금 소비량은 연간 거의 5000t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반면, 공급은 연간 1.5%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만 증가하고 있어, 금 시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을 억제하는 요인도 있다. 스타우노보는 지속하는 중동 갈등에 따른 유가 상승을 잠재 압박 요인으로 지목했다. 

스타우노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하도록 만들어, 잠재적으로 채권 수익률(국채 금리)을 지지하고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자산인 금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톤엑스(StoneX)의 EMEA아시아 시장 분석 책임자인 로나 오코넬(Rhona O’Connell)은 미국 경제의 견실함을 고려할 때 채권 수익률의 상승 압력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오코넬은 "금은 높아진(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국채 수익률이라는 역풍과 달러화 약세라는 순풍 사이에서 균형을 저울질해야 하며 걸프 지역(중동 정세)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요인들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어 금값은 이제 다시 한 번 숨고르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