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거울의 방' 문제 지적... "시장 참가자 스스로 전망 세워야"

2026-08-31     박태정 기자

케빈 워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거울의 방' 문제를 지적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Fed의 입이 아닌 실물 정보를 보고 스스로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케빈 워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Fed 유튜브 캡쳐

신한투자증권의 하건형·문서현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원칙의 선언, 미뤄둔 결정'이라는 잭슨홀 미팅 평가 보고서에서 워시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하고 물가에 집중된 정책 운용을 강조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거울의 방 문제(Hall of Mirrors Problem)'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이 서로의 신호만을 반복해서 비추고 반영하느라 실제 경제의 실상을 놓치게 되는 왜곡 현상을 뜻한다.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강한 신호(점도표나 구체적 인하 시기 등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면, 시장은 이에 맞춰 가격을 형성한다. 중앙은행은 다시 그 시장 가격(금리 기대치 등)을 참고해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실물 경제와 단절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외부의 실제 물가나 고용 지표 대신 서로가 만들어낸 기대감과 신호만 메아리처럼 증폭돼 시장 기능과 정책 판단이 모두 흐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거울의 방 문제를 지적한 것은 중앙은행이 시장을 향해 "몇 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미리 약속하고 길을 인도하는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워시 의장은 취임 100일에 맞춘 첫 기조연설에서 Fed의 소통 방식, 정책 원칙, 경기 진단을 순서대로 제시했다. 의장 본인이 강조 했듯 개요이자 지도이되 포워드 가이던스가 아니었다고 하건형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융위기의 산물이며 평시에는 역할이 제한돼야 한다고 워시 의장은 밝혔다. 명료성을 앞세운 사전 약속이 오히려 모호함을 낳아 결정할 시점의 판단 자유도를 스스로 묶는다는 논리를 폈다.

워시 의장은 특히 시장과 Fed 관계 재설정도 강조했다. 시장이 Fed 가이던스에 의존하고 Fed가 다시 시장 가격을 참조하면 양측 모두 새로운 변화에 눈감게 된다는 '거울의 방(a hall-ofmirrors problem)' 문제를 지적했다. 

워시 "역설적이게도, 시장 참여자들이 '거울의 방 문제'에 따른 가장 큰 대가를 치를 가능성은 낮으며 가장 심각한 피해는 금융자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Fed가 물가를 잘못 파악하고 경제를 잘못 판단한다면, 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겠는가'라고 묻고 "지나치게 높은 물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거나 갑작스럽게 고용 불안에 직면해야 하는 이들은 바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 스스로도 경제 전반의 실제 정보를 추적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고 생산, 고용, 물가상승률에 대한 자신만의 기대를 형성해야 하며, 리스크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가 Fed의 입이 아닌 실물 정보를 보고 스스로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라고 풀이했다.

그는 테일러 준칙(인플레이션과 GDP갭을 활용해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아야할 기준금리를 계산하는 통화정책 준칙) 같은 명시적 반응함수 제시 요구도 거부했다. 경제를 이해하는 수준이 정밀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워시 의장은 "제가 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저와 저의 동료들은 정책 결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모델과 더욱 견고한 준칙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통하정책 수행을 위한 정책 원칙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낡은 데이터를 현재로 오인하지 말고 개별 지표보다 추세를 우선하는 자세, 둘째, 총공급은 관측되지 않아 수급 균형 평가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 셋째,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2% 목표는 고정된 목표이며 물가 안정은 자동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원칙, 넷째, 이중책무(최대 고용과 물가안정)는 상충하지 않는다는 판단, 다섯째, 단기금리를 주된 수단으로 삼고 비전통 정책은 위기에 한정한다는 방침, 여섯째, 통화량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시각, 일곱째, Fed의 절제된 소통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그는 척 예거(Chuck Yeager) 장군의 말을 빌려 "진실의 순간(운명의 순간)에는 변명이 있거나, 결과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연설 마무리 부분에서 "그 누구도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신호가 있다. 65개월간 지속된 이 고물가 현상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중앙은행에 있다는 사실이다"면서 "그것이 책임이 있어야 할 자리"라며 고물가 책임이 Fed에 있음을 인정했다.

워시 의장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임무이자, 책무이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어떤 특정 결정을 내리겠다고 약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규율(원칙)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Fed가 미리 금리 인하·인상 결정을 예단하기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규율(Discipline)'에 집중하겠다는 핵심 기조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