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 격화에 브렌트유 95달러대 진입 파장
중동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5달러대에 진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와 금리를 동시에 자극하며 글로벌 경제 전체에 강력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압박을 가하는 도미노 효과를 불러온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등에는 무역수지 악화와 기업 수익성 저하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진다.
3일(현지시각) 마켓워치와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10월 인도 선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0.12%(0.11달러) 내린 배럴당 95.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장중 이란의 쿠웨이트 미사일 공격 등에 따른 중동 지역 긴장 고조 탓에 97달러 선을 돌파하며 6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 협상 관련 발언 등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을 반납하고 소폭 하락 마감했다.
같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3%(29센트) 오른 배럴당 91.30달러에 마감했다. WTI선물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WTI 선물은 장중 일시 배럴당 93.14달러까지 오르면 7월하순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간 무력충돌 격화가 끌어올리고 있다. 해상 원유 수송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운송 재개가 지연될 가능성이 부각된 탓이다. 미군이 이란공격을 계속하는 반면 이란도 쿠웨이트 등 중동의 미군기지에 대한 공습을 확대 하는 등 보복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폐쇄 우려 등으로 씨티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올해 3분기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미국과 이란의 외교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지연과 중동발 공급 리스크를 반영해 3분기 가격 예측치를 단계별로 인상했다.
씨티는 8월 7일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3분기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75달러에서 80달러로 상향했다.
씨티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과 물류 차질 리스크가 3분기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분기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86달러로 3일 재차 상향 조정했다. 앞서 씨티는 지난 5월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이 해결되지 못하고 내년까지 장기화할 향후 1년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110~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일 발표한 유가 전망치에서 브렌트유 연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8달러 상향한 배럴당 85달러로 수정 발표했다. WTI 연평균 전망치도 배럴당 79달러로 올렸다.
골드만은 올해 3분기 유가는 배럴당 82~83달러 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6~7월 중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적 통항 재개 흐름을 반영해 이전의 극단적 폭등 전망(90달러대)보다는 소폭 낮춰 잡았다.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전망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미·이란 간의 긴장이 점차 완화되면서 중동발 공급 압박이 하반기 말로 갈수록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중동 위기와 역대급 원유 재고 감소를 반영해 3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존 배럴당 82달러에서 93달러로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이후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정· 해협 재개방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유가 전망치는 다시 80달러 선으로 하향 조정됐다.
원유는 모든 제품의 제조와 운송에 쓰이는 기초 원자재인데 국제 유가 상승은 주유소 기름값뿐만 아니라 외식 물가, 전기·가스요금, 가공식품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경우 시중 대출 금리를 높여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금융시장은 지난 1일(현지시각) 유가상승과 케빈 워싱 Fed 의장의 지난주 매파성 발언 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9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릴리(James Reilly)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