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Fed 사이, 케빈 워시의 진퇴양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 지표는 금융시장에 큰 폭탄을 던졌다. 취업자 수가 시장 예상치의 3배를 웃도는 16만 2,000명이나 증가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9월 금리 인상론'이 단숨에 주류 전망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과열된 고용 시장을 식히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지표는 Fed 케빈 워시(Kevin Warsh)에게 딜레마를 안겨주었다고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금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연일 Fed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정권은 자기들의 지지 기반인 제조업 고용이 2023년 11월 이후 최대 폭인 1만 6000명 가한 것에 환호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라고 Fed를 거세게 몰아세우는 중이다. 정치권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8월 신규 고용 지표가 16만 2000명 급증하는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Fed가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자기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ed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유례없는 초강경 협박성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의 과거 판결을 인용하며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넘어선 무역 중단 권한이 강력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른 나라들은 금리가 0.5%인데 우리는 4%대(상단 기준 3.75%)에 머물고 있다"면서 "미국 금리는 1%나 0.5%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케빈 워시 의장을 향해 "변화를 위해 애국자가 되라"며 경고를 보냈다.
앞서 Fed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1월 이후 5회 연속 동결 결정이었다. Fed는 미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추가 지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7월14일 발표한 2026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다른 한쪽에는 '물가 안정'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Fed 본연의 책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Data-dependent)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Fed 원칙대로라면, 이처럼 강력한 고용 지표를 보고도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 된다.
케빈 워시는 거대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트럼프의 기대를 저버리고 경제 원칙에 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니 정권과의 정면충돌이 두렵고, 반대로 정권의 눈치를 보며 금리를 동결하자니 Fed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오명과 시장의 매서운 역풍을 감당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거나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변수는 오는 11일 나올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다.
월가와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나우캐스팅(Nowcasting)은 8월 종합 CPI는 전월 대비 약 0.38% 상승하며 직전 월(7월 0.1% 상승)에 비해 상승 폭이 다시 다소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3.4% 내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20% 수준의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악관의 칼날 같은 압박과 뜨거운 고용 데이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그의 행보는 얼어붙은 외줄 타기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경제 지표에 걸맞는 처방과 정치적 생존 사이에서 그가 내릴 선택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와이(미국)=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