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잡은 정의선·구광모…배터리 '게임체인저' 태어나나

2020-06-22     박준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손을 잡았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의 시선이 두 총수의 2시간을 넘는 회동에 쏠렸다.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대표가 어떤 협력관계를 구축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22일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LG그룹이 전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기획조정실 김걸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국 사장 등이 이날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했으며, (주)LG 구광모 대표와 권영수 부회장,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전지사업본부장 김종현 사장, 배터리연구소장 김명환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고 LG 측은 전했다.

두 그룹 경영진은 미래 배터리 관심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LG화학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차 전용 모델의 특장점들과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본격적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 여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폴크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30년 간 선제 R&D 투자를 통해 1만 7000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확보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5.5%의 점유율로 올 1월~4월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91%로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높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은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두 회사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단순 협업을 뛰어넘어 협력의 정점인 '조인트벤처'(Joint Venture·JV, 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1위 배터리사 LG화학과 합작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 동안 두 회사의  JV 설립 논의가 꽤 진척 됐다는 설이 많았다. 배터리의 심장 격인 '배터리셀' 부문의 JV를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두 회사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2009년에 배터리팩 합작사인 'HL그린파워'를 세운 경험이 있다. HL그린파워는 LG화학에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이를 주축으로 배터리팩을 생산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 1조2164억 원을 올리며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JV 설립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실력있는 배터리 우군을 얻는다. 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로 철옹성과 같은 일본 파나소닉을 누르고, 올해 1~4월 누적 기준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제너럴모터스(GM)과 폴크스크바겐,   지리자동차 등 미국, 유럽, 중국의 강자는 물론 전기차 세계 1위인 테슬라까지 LG화학이 공급처로 포섭한 결과다.

LG화학은 수소전기차와 순수전기차(EV), 개인비행체(PAV)로 불리는 3각 편대를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현대차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통해 LG화학이 외형을 키울 수 있다. E-GMP를 통해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제네시스의 브랜드 파워를 감안할 때 LG화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까지 포함해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기아차도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배터리 계열사인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난 것이나 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협업을 통한 윈윈이 기대된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