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친환경 에너지그룹 재편 전략…두산밥캣 매각?

박 회장 등 지분 무상증여로 퓨얼셀 최대주주로...원전-가스터빈-풍력-연료전지 포트폴리오 구축

2020-09-07     박준환 기자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그룹'으로의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분야에 속하지 않은 계열사인 비(非) 에너지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건설기계 기업 두산인프라코어의 100% 자회사로 자구안의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니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두산밥캣도 그룹 재편 그림에 따라 매각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주)두산 이 두산중공업을 지배하고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지배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두산밥캣. 사진=두산밥캣

 

7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지주회사 ㈜두산 대주주들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오는 12월31일자로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산퓨얼셀의 대주주에 오른 두산중공업은 원전부터 가스터빈, 풍력, 연료전지에 이르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했다.

두산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구조개편을 진행 중인 채권단과 오너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와 관련 없는 계열사들은 당장 매출이 높거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더라도 과감히 매각한다는 방침을 추정해볼 수 있다. 

전지박·동박 등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소재를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와 건설기계·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대표 사례이다. 

연산 1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두산솔루스 헝가리 공장 전경. 사진=두산솔루스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지박과 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다. 올 상반기 매출액 1461억 원, 영업이익 203억원을 낸 알짜 회사다. 그렇지만 총 7000억 원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된다.

두산중공업이 지분 36.27%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산중공업의 전체 매출 15조6597억 원 중 52%(8조1842억 원)를 담당한 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2분기에도 두산중공업의 매출 54%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발생하는 등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상반기 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두산인프라코어가 33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덕분에 간신히 영업 흑자 덕분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관련 계열사가 아닌 곳은 모두 매각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룹은 현금창출 동력을 잃더라도 원매자가 있을 때 제 값에 팔아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장기로는 그룹 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채권단과 경영진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비롯해 아직 매각 소식이 없는 비 에너지 계열사들도 순차로 매각될 것으로 보는 게 온당할 듯 하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조5100억 원, 영업이익 4770억 원, 순이익 2720억 원을 냈다 올해는 매출액 4조3070억 원, 영업이익 3500억 원, 순이익 1830억 원이 예상되고 있다.  PER은 지난해 12.9배, 올해 14.4배, PBR 은 각각 0.9배, 0.6배가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7월1일 보고서에서 하반기 미국내 매출액 증가와 매각이슈를 들어 목표가를 당초 3만 원에서 3만30000원으로 10% 높이고 투자의견을 '매수(Buy)'를 유지했다. 6월30일 주가가 2만6300원인 만큼 주가가 앞으로 25.5% 상승여력이 있다고 봤다. 7일 종가는 2만8500원이었다.

 증권회사들의 두산밥캣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익에 대한 올해 컨센서스는 각각 4조1822억 원, 3337억 원, 1820억 원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주간사 크레디스위스(CS)는 이달 중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캣 S70 스키드로더. 사진=밥캣

 

두산그룹의 비 에너지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일 유압기기 생산업체인 모트롤사업부를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 원에 팔았다. 이에 앞서 투자사인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 원에 매각했다.

두산건설은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구조개편을 하면서 인프라코어는 팔고 밥캣을  남겨둘 이유가 없다"면서 "밥캣이 매각 후순위로 미뤄져 있거나 인프라코어 매각 협상과정에서 함께 매각될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