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 주문한 이건희 회장을 기리며

2020-10-25     박준환 기자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을 키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타계했다. 그는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웠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키운 인물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 그가 남긴 족적, 말 한마디 한마디는 오늘날 한국의 경영자와 청년 사업가들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으로 본다.

그는 1987년 회장 취임이후 타계하기 까지 40년간 수많은 말을 남겼다. 역사에 길이 남을 금과옥조와 같은 말들이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당시 이건희 회장.사진=삼성그룹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변혁의 씨앗이자 단초였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곤경에 처하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톡톡 튀는 화두로 위기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누라나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것을 비롯해 그는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했다.

이 회장의 주문을 실천한 이후 삼성은 탄탄대로를 걸어 연간 매출 9조9000억 원(1987년 이 회장 취임 기준)에서 230조4000억 원(2019년 기준)의 실적을 내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회자되는 이 회장의 혁신적인 발언 대부분은 그가 1993년 2월부터 7월까지 미국 로스엔젤레스(LA)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을 돌며 ‘신경영 대장정’을 펼칠 당시 나왔다.  

그는 1987년 삼승그룹 취임사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988년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는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 인재양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말인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때부터 삼성은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은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1993년 7월 중순 오사카 회의에서 "변화를 즐겨라"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 한손을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봐라. 나는 해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얻게 되고 재미를 느끼고 그 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가 휘두른 매로 삼성은 단련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삼성전자 직원 2000명을 모아놓고 15만 대의 휴대폰을 불살랐다. 당시 물가로 무려 500억 원어치의 휴대폰이 재가 됐다. ‘애니콜 화형식’이었다.  1994년 10월 출시된 애니콜 SH-770은 출시되자마자 시장점유율 30%를 장악했지만, 불량품이 문제였다. 불량률이 11.8%에 이르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화형식’은 이 불량품에 대한 ‘사형선고’였다. 오늘날 세계 1위 삼성 휴대폰도 초일류를 목표로 부단히 변화하고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인 이 회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1996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 번 초일류 기업의 전제조건으로 세계화를 역설했다. 그는 "21세기 우리의 기회는 세계에 있으며 초일류 기업도 진정한 국제화가 완성될 때 비로소 달성 가능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도 그 뿌리를 찾아보면 언제든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었을 것이다.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할 때 그는 위기의식을 내보였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무너질 때였다. 이 회장은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신경영 20주년 기념사에서도 위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이건희 회장은 역설했다.

그는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건희 회장은 갔다. 고인은 평생 치열한 경쟁의 전장에서 편한 날을 살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 속에서도 낡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릴 것을 촉구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칠 것을 주문했다. 그것은 변화와 혁신의 정신을 요구한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 삼성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재용 삼성부회장

생살이 돋는데 피부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터져서 피가 나고 결국 살이 썩게 마련이다. 세상 이치가 이렇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변화는 우주 사삼만상의 존재원리다. 이제 이 회장이 40년간 주창한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외칠 것으로 믿는다. 이 부회장 역시 이 회장의 DNA를 타고 났으리라. 그는 그동안 경영승계와 인수합병과 관련해 법정에 서고 사법처리를 당하면서도 초일류 삼성을 위해 헌신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천붕의 슬픔을 이겨내고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을 이끌어가길 바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