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키스톤 XL 송유관 허가취소...캐나다 소송나서나

2021-01-22     박고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와 미국의 수많은 일자리가 걸려있고 거액이 투입된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키스톤(Keystone) 송유관사업 허가를 취소했다. 좌파 민주당원들과 환경론자들에게 한 선거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거액을 투자한 캐나다 앨버타주 주정부는 조바이든 정부가 사업허가를 취소할 경우 소송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 만큼 양국간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키스톤송유관XL(녹색). 사진=위키피디아

■TC에너지, 직원들에게 공사중단과 일자리 상실 통보

캐나다 TC에너지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허가 취소로 키스톤 XL(KXL) 송유관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앞으로 몇 주 안에 1000개 이상의 건설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선 기간 동안 바이든은 2008년부터 개발해온 이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고 20일 이를 이행했다. 

TC에너지는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북미 주요 에너지 회사로 앨버타주에서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저장 허브와 미국 걸프까지 이어지는 기존 키스톤 송유관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멕시코까지 이르는 북미 최대 규모의 통합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하루 약 380만 배럴의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했다.

리처드 프라이어 KXL 사장은 "이는 인프라 개발자에게 보내는 우려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KXL허가취소는 이 프로젝트 죽음의 조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XL송유관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네브래스주까지 하루 83만 배럴의 앨버타산 오일샌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었으며 2023년에 개통될 예정이었다.

캐나다에서는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됐고 국경 통과도 완료됐다. TC에너지는 이 노선이 통과할 각 주의 펌프장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프라이어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TC에너지는 앞으로 몇 주 내에 미국 펌프장과 캐나다 사업부문에 대한 공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억 달러 투자 앨버타주 "소송할 준비돼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지난 18일 쥐스땡 트뤼도 연방총리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압박해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허가를 취소할 경우 소송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알버타주 수상. 사진=라프레스

제이슨 케니 앨버타 주수상은  당일 트뤼도 연방 총리에게 48시간 안에 바이든 행정부 측과 접촉해 양국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을 촉구했다.

케니 수상은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노동자들과 캐나다의 일자리, 캐나다-미국간 관계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바이든에게 파이프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을 트리도 총리에게 촉구했다.

케니수상은 "알버타 주정부는  바이든이 이번주에 허가를 취소할 경우에 지난해 봄 이후 들어간 건설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앨버타주는 KXL프로젝트에 11억 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3위의 원유매장지역인 앨버타주는 KXL이 미국에 대한 라틴아메리카 대체 원유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 앨버타주 원유를 공급하는 데 필수노선으로 간주해왔다. 

트뤼도 정부도 바이든 당선인 측에 송유관 건설을 중단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앨버타주는 송유관 건설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뒤집히면 캐나다는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잦은 무역분쟁을 겪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이번에는 캐나다 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줄 법정소송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C에너지는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에 반대해온 환경론자의 십자포화를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라는 더 힘든 과제를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TC에너지 주가가 2.35% 오른 45.29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도 이 프로젝트 취소를 바란 것일까?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