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상반기 50% 급등…애그플레이션 온다?

국제금융센터 '7월 국제금융 인사이트' "하반기 소비자 물가 반영"

2021-07-21     박준환 기자

국제금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하반기 물가가 크게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수요급락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생긴 기저효과에다 올해 경제활동 재개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게 물가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6월에 비해 2.4% 상승하면 4월(2.3%), 5월(2.6%)에 이어 석달 연속으로 물가 목표치 2%를 훌쩍 넘어섰다. 

FAO 식품가격 지수와 세계 곡물수급 전망.사진=FAO/USDA/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는 21일 발간한 ‘7월 국제금융 인사이트’에서 "애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중 오른 곡물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맥을 못춘 곡물가격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하면서 식탁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 1~6월 중 수수·소맥·대두 등 3대 국제곡물가격은 최대 50% 급등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분이 통상 4~7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소비가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곡물 가격이 평균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39% 오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주요 곡물가격 동향. 사진=하나금융투자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전문위원에 따르면, 농산물 선물시장인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부셸당 7.73달러로 지난해 8월초 저점(3.08달러)과 견줘 무려 151% 뛰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두(콩)와 소맥(밀)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91%, 63% 올랐다.

곡물은 물론 육류와 유제품, 원당 등을 포함하는 UN 농업식량기구(FAO)의 실질 식품가격지수도 지난해 5월 92.0에서 올해 5월 126.4로 크게 올랐다. 12개월 연속 오르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오적 전문위원은 "국제 농산물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곡물가격 상승은 첫째, 가뭄·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수확이 부진하고 둘째,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세계 주요국의 곡물 소비는 늘어난 영향이 크며, 셋째 곡물부문에서 '보복소비' 현상, 넷째,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면서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탄올은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주원료이고, 바이오디젤은 대두로 만든다. 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복소비는 전세계에서 정부 지원금과 경기회 복에 따른 소득증대로 육류ㆍ유제품 소비와 사료용 곡물수요가 동반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 나고 있다. 일례로  인구 대국인 중국의 5월 옥수 수입은 316만t으로 전년 동월보다 395% 급증했으며, 1~5월 누적으로는 1173만t으로 지난해  연간 기록을 이미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예고하고 있다. 소맥과 대두 역시 1~5월 누적 수입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을 넘어섰다. 사료용 수요의 급증에 주된 원인이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은 연초 하루 94만 배럴에서 최근에는 106만 배럴로 증가했으며, 2020/2021년 옥수수 생 산량 중 에탄올 원료로 사용된 비중은 36%에 이른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망했다. 단기 가격 급등에도 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상승폭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급불균형을 꼽을 수 있는데, 미국 농무부(USDA)는 2020/2021 곡물연도 세계 곡물수급이 3140만t 공급부족을 나타내고 2021/2022년에는 공급과잉으로 전환되겠으나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까지 세계 곡물재고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2020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라고 오 전문위원은 전했다. 

오 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 특히 체감물가 측면은 애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우는 부분"이라면서 "이는 결국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의 긴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계층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오 전문위원은 "현재의 수급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응계획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