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황금' 몰리브덴' 시장 지배자 '세아M&S'

몰리브덴은 포신, 엔진, 절삭공구, 합금강용 희유금속

2022-10-24     박준환 기자

어떤 제품이든 시장 점유율이 70%라면 독과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사가 나타나더라도 위협할 수준은 못된다.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한다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특수금속 시장에서도 이런 지위를 누리는 기업이 있다. 대중은 잘 몰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업인 세아M&S(앰앤에스)다. 금속 전문 그룹인 세아그룹의 종속 회사로 몰리브덴 합금철을 생산하는 회사다. 세아M&S(앰앤에스) 모기업 세아홀딩스는  24일 한국거래소에서 9만 7200원으로 마감했다.

세아M&S.사진=세아M&S

24일 철강금속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 세아엠앤에스(세아M&S)는 지난 6월27일 세아베스틸 등 그룹 철강 계열사와 올해 3분기 415억 원 규모 상품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금액은 세아베스틸 72억4700만 원, 세아창원특수강 286억7000만 원, 세아항공방산소재 56억 원으로 각각 전체 매출액의 1.0%, 4.0%, 0.8% 수준이다. 

계약방식은 지명경쟁입찰이며 거래기간은 오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다.

세아엠앤에스는 2분기 중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 등 그룹 계열사와 420억6600만 원 규모 상품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세아엠앤에스는 산화몰리브덴, 페로 몰리브덴, 니켈과 무연탄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몰리브덴은 부가가치가 커 흔히 '검은 황금(black gold)'로 통한다. 몰리브덴은 철의 강도를 크게 높이고 마모를 감소시키며, 고온에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잘 늘어나지도 않게 해주는 성질을 갖고 있는 희유금속이다.

몰리브덴 0.3%는 텅스텐 1.0%와 맞먹는 효과를 갖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상용화됐다.고온과 높은 강도에 견디고, 정밀성이 요구되는 포신 등 무기, 항공기와 자동차 엔진, 각종 절삭구, 면도날, 석유 수송용 강관, 페인트, 안료, 촉매제, 스테인리스스틸 등 합금강과 특수강,베어링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인다.

세아M&S가 생산하는 페로몰리브덴은 몰리브덴 최소 60%에 구리(최대 0.5%), 탄소(최대 0.1%), 규조(최대 1.5%), 인(최대 0.05%),황(최대 0.1%)를 함유하고 있다. 

몰리브덴 가격 추이.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몰리브덴은 값이 비싼 금속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몰리브덴 가격은  1t당 3346 위안으로 전날에 비해 7.36% 올랐다. 몰리브덴 가격은 지난 7월29일 t당 2450위안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이처럼 다종다양한 분야에 쓰이면서도 값이 비싼 '검은 황금'을 캐서 돈을 버는 기업이 세아M&S이고 세아홀딩스이며 세아그룹이다.세아M&S 본사는 여수에 있다.2010년 세아그룹에 편입됐다. 

세아M&S는 국내에선 독점 회사지만 해외엔 출중한 경쟁사들이 많다.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의 생산량은 연간 8만~10만t 규모다. 중국은 칠레와 미 미국에서 몰리브덴 산화물과 정광을 수입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몰레브데나이트에 관세 5%를 물려 미국산 원료 수요는 줄었다.

세아M&S가 생산하는 페로몰리브덴. 사진=세아M&S

세아M&S는 산화 몰리브덴 외에 페로 몰리브덴, 페로 바나듐, 무연탄, 니켈과 크롬, 알루미늄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세아M&S는 아시아 유일의 배로소를 갖춘 업체로 전세계 특수강 업계에 몰리브덴을 공급하고 있다.

■몰리브데넘 정광 제련소 광양합금철이 전신

몰리브덴은 원광석 몰리브데나이트에 붙어 있다.몰리브덴은 미국과 중국, 칠레, 페루, 캐나다, 멕시코 등 6개국이 세계 총 생산량의 94%를 생산하고 있다. 매장량은 중국이 가장 많고 이어 미국, 캐나다, 러시아, 페루·아르메니아의 순이다.

페로몰리브덴 등을 생산하는 세아M&S의 전기로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세아그룹

몰리브덴을 사용하려면 몰리브데나이트에서 몰리브덴을 분리한 뒤 황을 제거해야 한다. 원광석 몰리브데나이트 1t에는 3kg의 몰리브덴이 함유돼 있다.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몰리브덴에서 황을 제거하기 위해 2007년 5월 KTC코리아와 공동투자해 '광양합금철'이란 법인을 설립했다. 총투자비는 150억 원으로 광물공사가 45%, KTC코리아가 55%를 지분을 보유했다. KTC코리아는 1990년 ‘한국비철무역’으로 설립됐으며, 몰리브덴 공급선인 칠레의 코델코(Codelco)의 한국에이전트를 맡은 기업이었다.

여수공장의 생산규모는 연산 6000t으로 광양합금철은 세계 7위,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 대만, 한국을 통틀어 최대규모의 설비를 자랑했다. 공장은 부지면적 6600평, 연면적 1638평 규모다.

광양합금철은 여수공장 준공 후 칠레 등에서 몰리브덴 정광을 수입해 섭씨 600~700도의 온도에서 약 10시간 배소과정을 거쳐 몰리브덴삼산화물(MoO3), 페로몰리브덴(Fe-Mo)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포스코, 현대제철, 포스코특수강, 두산중공업, 세아베스틸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광물공사는 당시 "국내 수요의 약 35% 정도로 연간 1300억원의 수입대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양합금철은 2008년부터 시설을 확장해 연간 1만2000t 규뫃로 늘려 국내 수요의 약 70%를 공급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2010년 세아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세아그룹의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는 2010년 12월 광양합금철을 주요 계열사로 편입했다. 세아홀딩스는 2010년 12월13일 광양합금철의 소유주식 255만주(51%)를 80억원에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 세아타워에 붙어있는 세아그룹 로고.사진=세아그룹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광양합금철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KC코리아측의 지분을 산 것이다. 세아그룹은 특수강 원료공급처 확보 차원에서 좋은 거래였고 광양합금철은 경영난 극복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좋은 거래였다.

광양합금철은 2011년 4월2일 세아M&S로 사명을 변경했다. M&S의 'M'은 메탈을, 'S'는 솔루션을 각각 의미한다.

세아홀딩스는 2011년 12월 말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지분 29.7%(425만주)중 15.04%(215만주)를 107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세아홀딩스의 세아M&S 지분율은 종전 68.88%에서 83.92%로 높아졌다.

세아M&S는 2011년 40억원, 12년 22억원, 13년 23억원, 14년 40억원 적자 등 줄곧 적자를 냈다. 지난해엔 완전히 달라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나타난 광물자원공사 출자회사 재무현황에 따르면, 세아M&S는 지난해 매출액 2838억9000만원, 영업이익 102억4870만원, 순이익 139억3600만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몰리브덴 사업과 함께 유연탄과 무연탄을 해외에서 수입해 공급하는 석탄사업도 벌이고 있다.

■3세 경영 본궤도 오른 세아그룹

세아그룹의 지주회사 세아홀딩스는 2001년 7월 세아제강의 투자사업부문과 임대사업부문이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회사다. 6월 말 현재 상장사 5곳, 비상장사 21곳 등 26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자회사는 총 10개사로 계열사다. 이중 (주)세아제강, (주)세아베스틸, (주)세아특수강은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다.

지난해 매출액 6조 55억 원, 영업이익 3082억 원, 당기순이익 1336억 원을 각각 달성했다. 

지분은 이태성 사장(44)이 35.12%로 최대 주주다. 이어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지주 사장 17.95%, 이태성 사장의 모친 박의숙씨가 10.65%,  이주성 사장의 아버지 이순형 회장(73)이 8.66% 등 14명이 89.98%를 보유하고 있다. 

이태성 사장의 모친 박의숙씨는 내로라하는 학구파 여성 경영자다. 1946년 생인 그는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를 취득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각각 수료했다. 박의숙씨는 1990년 세아그룹에 입사해 코암정보통신 대표이사, 세아금속대표이사, 세아메탈 회장, 세아네트웍스 회장, 세아홀딩스 부회장을 역임했다.  

세아그룹은 2013년 이운형 회장이 해외 출장 중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별세(당시 67세)하자 동생 이순형 회장이 이끌었다. 이태성 사장은 당시 상속세 1500억원과 이자 200억원 등 1700억원을 완납해 세간의이목을 끌었다.

이태성 사장은 이종덕 창업주의 장손자이며 고(故) 이운형 회장의 장남이다. 이 사장은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의 경영을 총괄하는 한편 주력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지주의 대표 이사 등의 직을 맡고 있다. 

이주성 세아제강 사장은 이운형 전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회장의 장남으로 이태성 부사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세아그룹은 2017년 12월 8일 오너가 3세인 이휘령 세아제강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해 ‘3세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오너가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휘령 부회장은 세아그룹 창업주 고(故) 이종덕 회장의 장녀 이복형씨의 장남이다. 지난 1985년 세아제강 전신인 부산파이프 미국 법인에 합류한 뒤 세아제강 수출담당 전무,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세아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4조7940억원, 영업이익 2745억원,당기순이익 2111억원을 달성했다.

세아그룹은 1960년 부산에서 출발한 부산철관공업을 모태로 하는 국내 강관(파이프) 시장 점유율 1위의 전문 철강 기업이다. 생산제품은 소구경 철 강관으로 시작한 생산품목도 탄소 강관에서 티타늄 튜브 등 파이프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에서 산업용 특수강소재까지 늘어났다.

그룹 창업주인 이종덕 명예회장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서울 을지로2가에 ‘해동공업사’를 설립하며 처음 철강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부침을 겪었으나 1954년 충무로에 ‘해덕철강상사’를 거쳐 1960년 부산감만동에 그룹의 모태기업이 된 ‘부산철관공업’이 첫 사업의 닻을 올렸다.

창업 10년 만인 1969년 기업을 공개하고 1975년 부산파이프로 사명을 변경하고 석유파동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의 돌파구를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찾았다. 이 과정에서 1978년 준공된 포항철강단지 내 연산 24만t 규모의 포항공장 설립은 그룹의 중요한 성장의 도약대가 됐다. 이를 통해 부산철관공업은 1978년부터 5년 연속 수출산업 발전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국내 유일의 강관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운형 사장으로 2기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 사장은 1974년 이사로 입사해 부사장을 거쳐 1980년 사장 취임과 함께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이어 1995년 이 사장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인 그룹경영 시대를 열었다.1996년 1월 1일 그룹 명칭을 지금의 ‘세아’로 변경해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세아의 지향 가치를 정립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