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ETN' 투자 잘못하면 깡통찬다

2022-03-24     이정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테인레스강과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소재로 쓰이는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니켈 투자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인버스 ETN은 자칫 잘못하면 큰 손실이 나 '깡통'을 찰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러시아 노릴스크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노릴스크

ETN은 만기가 있는 상품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지표 가치만큼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초자산 가치가 급변할 경우 의도치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초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ETN 거래와는 반대로 포지션을 설정해 리스크를 헤지하는 게 보통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한국거래소는 대신증권이 발행한 상장지수증권(ETN)인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의 거래를  지난 8일자로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은 지표가치가 0이 돼 원금이 손실된 채 결국 지난 21일 상장 폐지됐다.

지표가치란 투자자가 만기까지 ETN을 보유할 경우 증권사로부터 상환받는 금액을 말하며 ETF의 '순자산가치(NAV)'에 해당하는 개념이다.ETN는 전날 지표가치에 당일 지수 변동률을 곱해 적정 값어치라고 할 수 있는 지표가치를 산정한다.

인번스 ETN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선물 가격이 오를 때 일간 상승률의 역으로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산출해 발표하는 니켈 2배 인버스 지수(S&P GSCI Nickel 2X Inverse TR)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대신증권은 또 LME 니켈선물의 가격이 상승할 때 일일등락률의 1배 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니켈 ETN(H)', 2배의 수익을 추구하는 '대신2X 니켈선물ETN(H)도 운용하고 있다.각각 S&P GSCI Niekel 2X Leveraged TR과 S&P GSCI Nickel TR을 기초지수로 삼는다.

2X 니켈 ETN 수익률은 최근 한 달 25.53%, 최근 3개월 96.54%, 최근 6개월 111.62%의 출중한 실적을 기록했다. 1년간 187.26%에 이른다.

'대신 니켈 ETN'의 수익률은 최근 1개월 동안 27.42%, 3개월 60.65%, 최근 6개월 67.77%를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99.57%를 달성했다. 

이 상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서방의 제재로 공급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에 니켈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이 났다.

문제는 니켈 선물 인버스 상품은 가격이 폭락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8일 "ETN의 기초지수 종가가 '0'이 된 사실이 확인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관리상 사유로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기초지수 종가가 '0'이 되면서 지표가치도 '0'으로 수렴해 이후 기초자산 변동과 무관하게 지표가치는 '0'이 된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니켈 값이 얼마나 오르는지와 상관없이 지표가치가 0원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지표가치는 계속 0원이 된다는 것이다.지난 7일(현지시각) 런던선물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6.25% 급등했다. 이에 따라 ETN의 기초지수가 마이너스 상태로 마감했고, S&P는 종가를 0으로 확정했다. 

대신 니켈선물 ETN(H)과 대신 인버스 니켈선물 ETN(H)의 괴리율은 지난 8일 각각 -41.92%, 583.74%를 기록했다. 시총 규모는 각각 2001억 원, 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괴리율은 해당 ETN의 기초자산과 ETN 가격 간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비 비율이 양수(+)이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보다 고평가, 음수(-)이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보다 저평가)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괴리율이 급변하면 해당 ETN의 본래 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거나, 싸게 매도하면서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

대신증권은 24일 '상장지수증권 괴리율 초과발생(대신 니켈선물 ETN(H)'를 발표하고 "23일 기준 시장 가격이 지표가치를  5.67% 초과했다"고 공시했다. 대신증권은 "전날 해당 ETN의 가장 마지막에 체결된 가격이 당일의 종가가 되면서 장 종료 시점 지표가치 대비 괴리율이 큰 상태로 시장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ETN 가격은 2만7825원, 실시간 지표가치는 2만6330.07원이었다.

대신증권은 앞서 22일에도 '투자유의 안내(대신 니켈선물ETN(H)'를 발표하고 "실시간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을 확인해 투자에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한국시간 기준 16일 오후 5시 LME 니켈선물 시장이 재개됐다"면서 "니켈선물 시장 개장 이후, 가격제한폭(16일: 5% ~ -5%, 17일: 8% ~ -8%, 18일: 12%~ -12%, 21일: 15% ~-15%) 하한에서 극히 적은 수량만이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이어 "선물 시장이 개장됐으나 거래가 어려운 상황으로 유동성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LME 니켈선물 시장이 정상화하는 대로 충분한 호가제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