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현대 제치고 재계 2위 된 이유...'BBC'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ep) 부문 자산 증가 등이 동력

2022-04-28     박준환 기자

SK그룹이 자산 기준으로 국내 2위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3위로 밀려났다. 재계 순위는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바뀌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대차보다 SK의 자산이 더 빨리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SK는 어떻게 자산을 늘렸을까? 바로 BBC의 힘이다.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ep)가 그 주인공이다. 투자자들은 이 세 가지 분야 SK 주식을 사는 게 현명하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셀. 사진=SK이노베이션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76개를 지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이다. 이 중 47개 대기업은 자산총액 10조 원이 넘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집단 수는 지난해(71개)보다 5개 늘었다. 3개 회사가 빠지고 8개를 들어왔다.

삼성전자는 자산총액 483조 원을 넘어 1위를 유지했다. 2위에는 SK가 현대차를 밀어내고 올라섰다. 현대차는 2005년 LG를 제친 뒤부터 17년간 재계 2위를 유지했다.

SK자산은 올해 291조 9690억 원으로 지난해 비해 52조 4390억 원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257조8450억 원으로 11조 7610억 원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SK와 현대차의 자산 변화.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 두 기업을 제외하면 1위부터 10위까지 재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SK의 자산은 1년 사이 52조4390억 원 늘었다.그룹의 주력인 반도체 부문의 자산이 크게 늘었고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먹을거리를 계속 발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매출이 크게 는 데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으로 자산이 20조9000억원 증가했다.소속회사 수는 지난해 186개로 38개 늘어났다.반면 현대차는 57개로 4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계열사 재편, 기업공개(IPO)와 분할 등으로 기업 규모가 커진 것도 한 몫을 했다.㈜에스케이온, ㈜에스케이어스온, 에스케이멀티유틸리티(주)를 분할 설립하면서 자산이 87조 9000억 원을 불어났다.

유사업은 영업환경 개선 등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산하 자회사 자산이 6조 2000억 원 늘어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SK는 매출액이 29조 7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는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판매 증가로 매출이 29조 원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45조 4000억 원 늘어났다. 

순이익은 삼성이 19조 5000억 원 늘었고 이어 SK 8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는 배터리(Battery)와 바이오(Bio), 반도체(Chip)의 영어 앞 글자를 따 ‘BBC’라고 일컫는다"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이 됐다"고 자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세 가지를 하는 기업은 삼성과 SK 밖에 없다"면서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는 여럿 일 수 있는 만큼 순위 상승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서울대 강연에서 재계 순위 2위로 오른 것에 대해 "자산순위인데, 큰 의미가 없다. '덩치가 커졌다, 둔해졌다'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한편, 두나무·크래프톤·보성·KG·일진·오케이금융·신영·농심 8개 회사가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송치형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자산 순위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기업집단은 중흥건설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전년도 47위에서 20위로 27계단이나 상승했다. 

대기업 넥슨의 새 총수에는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가 지정됐다. 자산총액 26조2700억 원으로 재계 17위인 LS그룹 역시 이번에 총수가 고 구자홍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자은 그룹 회장으로 교체됐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