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저위력 전술핵 W76-2 오하이오급 잠수함 배치 인정

폭발력 5kt, .北 지하시설, 한 방이면 끝...미국 과학자연맹 약 50발 생산 추정

2020-02-05     박태정 기자

미국 국방부가 전략잠수함에 전술핵 탄두를 탑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테네시함(SSBN 734)에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용 저위력 핵탄두가 탑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개발한 저위력 핵탄두인 W76-2는 벙커버스터나 GBU-43 공중폭발 대형폭탄(MOAB)보다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한 발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사진=미국 국방부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4일(현지시각) 성명서를 내고 “미국은 W76-2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용 저위력 핵탄두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루드 차관은 "이번 보완 능력은 억지를 강화하고 미국에 신속하며 좀 더 생존 가능한 저위력 전략무기를 제공하고  우리의 확장 억지 약속을 지지하며, 잠재 적들에게 미국은 어떤 위협 시나리오에도 믿을 만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제한된 핵배치가 별다른 이점을 주지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루드 차관은 W76-2에 대한 제원이나 어떤 잠수함에 실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원자력정보사업 소장과 윌리엄 아킨은 지난달 29일 FAS 홈페이지에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테네시함(SSBN-734)이 신형 W76-2 핵탄두를 트라이던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최소 1개 장착하고  지난해 12월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 잠수함 기지를 출항했다”고 주장했다.크리스텐슨 소장은 “테네시함의 (UGM-133A 트라이던트 Ⅱ) SLBM 20발 중 1~2개의 핵탄두가 W76-2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 번째  W76-2 탄두는 지난해 2월 텍사스주 판텍스 공장에서 생산이 완료됐다면서 약 50발이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오하이급 핵추진 전략잠수함 테네시함. 사진=USNI뉴스

그는 "우리는 테네시함과 후속 잠수함들이 탑재한 20발의 미사일 하나나 두 발에 W76-2 탄두 하나 여러 개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W76-2의 폭발력은 5kt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FAS는 "테네시함과 같은 각 잠수함의 나머지 미사일 18발은 90kt 탄두 W76-1이나 폭발력 455kt  W88을 장착한다"고 적었다.

싱크탱크인 CSIS는 W88의 폭발력을 475kt, W76의 폭발력을 100kt으로 추정한다.

테네시함이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트라이던트-II D-5다. 길이 13.56m, 지름 2.11m(1단), 발사중량 59t인 3단 고체 연료 핵미사일이다. 최대 8개 2.8t의 핵 탄두를 장착한다. 정확한 사거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탑재 탄두 수량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최소 사거리는 7593km, 최대 사거리는 1만3482km로 알려져 있다. 1990년부터 미 해군에 실전배치됐다. 

CSIS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인  '미사일위협'에 따르면,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 미사일 20발을 탑재하며 총 240발이 배치돼 있다. 

W76-2는 미 해군의 SLBM용 핵탄두인 W76의 폭발력을 5㏏(1㏏은 TNT 1000t의 폭발력) 수준으로 줄이도록 개조한 것이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위력은 20㏏ 정도다. W76-2는 미 공군이 전투기나 폭격기에 다는 전술핵 폭탄인 B61(0.3~170㏏)의 최대 폭발력(170㏏)보다 약하다.  이에 따라 W76-2는 사실상 전술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해군 오하이오급 테네시함. 사진=미해군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18년 2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미국의 국지 핵 억제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소수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탄두가 저위력 옵션으로 바뀔 것"이라며  W76-2 같은 저위력 핵탄두의 개발을 예고했다.

미국은 앞으로 SLBM은 물론 BGM-109 토마호크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에도 이 탄두를 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폭발력 470kt, 100kt인 W76과 W100 탄두 외에 5~7kt인 W76-2 탄두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미해군

W76-2의 주요 목표는 러시아와 북한이 될 공산이 크다. 크리스텐슨 소장은 “북한과 이란을 포함해 다른 적들에게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는 W76-2만큼 효과있는 무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93부대, 667부대, 744부대 등 땅굴을 전문적으로 파는 군부대도 갖고 있다.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무기는 대부분 땅굴에 숨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