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물가에 한국은행 12일 '빅스텝' 밟나
자영업자 이자부담 12.8조원으로 15개월 사이 4.7조 증가
물가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가장 높은 9.0%를 기록했고 서비스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2% 올라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물가가 5.6% 상승한 데 이어 내년까지 물가상승률이 5%대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역대 두 번째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네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한미간 금리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가계대출의 취약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이자 부담이 17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 게 한은의 부담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연다.
한은 현행 연 2.5%인 기준금리를 3.0%로 0.50% 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이 12일 빅스텝을 단행하면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0.50% 인상이며 역대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당국은 5%대의 물가인상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며 긴축 기조를 통한 물가 안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올라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물가인상률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서 "내년 1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이 5%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Fed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인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고 11월 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 올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0~3.75%, 0.75%포인트 올릴 경우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올라간다. 한미간 금리차는 현재 최대 0.75%포인트에서 1.25%포인트~1.5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이날 오전 3시 기준 81.1%에 이른다.
한은이 12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친 뒤 Fed가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 양국의 금리 차이는 현재 0.75% 포인트에서 최대 1.25% 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이 빅스텝을 하고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한다면 양국간금리차이는 0.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더 커진다. 금리차이를 그대로 두면 외화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급등,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국내물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금리를 올리면 변동금리 계약을 한 주택담보대출 차주, 금융취약자로 분류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행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 인상될 경우 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부채 이자는 17조526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오르고 변동금리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의 74.2%라고 전제해 추산한 값이다.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자영업자인 가구로 한정했다.
김 의원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0%로 떨어진 시기(2020년 5월~2021년 8월)에 속하는 2021년 3월 말 기준 이들의 가계부채 이자액이 12조8111억 원 수준이었는데 15개월 만에 자영업자 가게부채 이자가 4조 7152억 원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고심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