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앞바다 北미사일 40년 된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2022-11-10     박태정 기자

북한이 지난 2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은 1980년대 북한이 구소련으로부터 도입한 SA-5 지대공미사일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SA-5(S-200)는 1964년 옛 소련이 개발한 지대공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를 1980년대 도입해 사거리를 늘렸으며 유사 시 한미 공군 전투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해 놓았다. 

북한군이 속초 앞바다로 발사한 SA-5 지대공 미사일 잔해. 사진=VOA 유튜브 캡쳐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이 미사일의 비행 궤도 등을 분석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했다.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북한이 구형 지대공미사일로 탄도미사일 도발 효과를 꾸며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한미 양국이 '비질런트 스톰' 연합 공중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한미 전투기를 겨냥한 대공 미사일 도발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10일 "한이 지난 2일 동해로 쏜 미사일 잔해물을 인양해 분석한 결과 SA-5 미사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군당국은 북한 미사일이 속초 앞바다에 떨어지자 주변을 수색해 길이 3m, 너비 2m의 잔해를 지난 6일 수거했다. 주 날개 4개와 액체 연료통, 엔진과 노즐 일부가 붙어 있는 동체를 인양했다. 

동체 잔해에는 러시아어가 곳곳에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동체 표면에 '산화제 배출구',  '시리얼 넘버',  '운반' 등의 뜻을 가진 러시아어가 쓰여 있었다"면서 "내부 부품은 훼손돼 러시아어 표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한글 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과거 소련에서 개발한 무기를 다양하게 도입해 운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 북하의 군사 퍼레이드에 트레일러에 실려 등장한 SA-5.사진=미사일쓰렛

미국 싱크탱크 CSIS 산하 사이트인 미사일쓰렛(Missile Threat)에 따르면, SA-5는 길이 10.7m, 지름 86cm에 발사중량은 7t이다. 탄두는 고폭탄이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탄두중량은 217kg이다. 사거리는 150km(앙가라)~300km(두브나)로 종류별로 다양하다.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근처에 배치하면 전방은 물론 수도권 지역,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이 SA - 5 사정권에 들어간다.

1단 액체 모터를 단 미사일 본체에 4개의 탈착 가능 고체 연료 추진 부스터가 장착돼 있다.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이란, 미얀마, 인도, 아제르바이잔,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1950년대 미국의 초음속 폭격기 B-58, 고고도 정찰기 U-2를 격추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 조지아에 전시돼 있는 SA-5(베가).사진=미사일쓰렛

국방부는 "북한의 SA-5 발사는 계획적으로 의도된 도발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일 SA-5를 원래 용도인 지대공이 아닌 지대지로 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는 "SA-5는 지대지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미사일"이라면서 "최근 러시아도 유사한 지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대지미사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잔 중인 지난 2~5일 미사일 30여 발을 발사한 뒤 나흘 만인 9일 또 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다.2일에는 분단 이래 초유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 방향으로 SRBM을 발사하는 등 10시간 동안 4차례에 미사일 25발가량을 퍼부었다.북한은 올해 들어 미사일을 발사한 날 기준으로 38 차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