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친 뺑소니 운전자 음주운전을 밝혀낸 '투캅스' 언니들

2020-02-14     에스델리 기자

동생을 친 뺑소니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밝혀낸  '투캅스' 두 언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쟈니끄 라벨과 킴 데로셰는 어머니가 막내동생 에이미를 돌보는 동안 동생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를 추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은 13일(현지시각) 동생에게 중상을 입히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를 추적해 음주 운전 사실을 추가로 밝혀낸 '언니 투캅스'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9년 7월 9일 밤 11시께 몬트리올에서 북서쪽으로 40여 km 떨어진 마스꾸쉬(Mascouche) 시. 에이미 라벨(Amy Labelle, 당시 15세)은 친구 집을 떠나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는 중 십자교차로에서 멈추지 않고 달려온 하얀색 포드 포커스 승용차와 충돌했다. 에이미를 친 차는 10여 m를 날아가 나동그라진 피해자를 아랑곳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현장에 남은 것은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떨어진 조수석 백미러뿐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단서로 몇 시간 뒤에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사고 현장에서 겨우 50m 거리에 사는 로베르 뿌와리에(Robert Poirier)였고 곧 뺑소니 운전으로 기소됐다. 사고를 일으킨 포드 차량은 드넓은 마당 한구석 보트 아래에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에이미의 사촌언니 킴 데로셰(Kim Desrochers, 26세)는 범인의 음주운전을 직감했다.

"처음부터 음주운전을 의심했어요. 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난 걸 보면 뻔했죠. 뺑소니 운전뿐 아니라 음주운전에 대한 죄값도 반드시 치르게 하고 싶었어요."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범인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을 염려한 킴 데로셰와 쟈니끄 라벨(Janic Labelle, 21세)은 사고 당일 범인의 행적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언니 투캅스'는 사회관계망(SNS)을 적극 활용했다. 두 자매의 노력에 네티즌들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자매는 법의 심판은 물론 여론을 통한 심판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50대 뺑소니 운전자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친언니 쟈니끄는 사고 현장 주변의 모든 식당과 술집을 돌아다니며 범인의 사진을 보여줬다. 분명히 누군가는 범인이 사고 직전에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무너져간 어느 날, 자정을 넘긴 시간에 들어간 어느 술집에서 마침내 쟈니끄는 범인의 얼굴을 즉시 알아본 종업원으로부터 범인이 그날 저녁 술을 무척 많이 마셨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사촌언니 킴 데로셰는 자기 인맥을 총동원하여 사고 현장 근처의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범인의 사진을 보냈고, 덕분에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로베르 뿌와리에가 그날 저녁 술집 세 곳을 돌며 엄청나게 퍼마셨다는 사실을 파악해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술집의 영수증과 감시카메라 영상을 증거자료로 확보했다.  

결국 지난 1월 24일, 사고 발생 6개월 만에 검찰은 로베르 뿌와리에를 뺑소니와 음주운전 혐의로 최종 기소했다. 

쟈니끄 라벨과 킴 데로셰 투캅스 언니들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 가장 좋은 처벌이기 때문에 자기들의 사연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뺑소니 음주운전자에게 중상을 입은 에이미는 목숨을 건지기는 했으나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다리를 절뚝이고, 심한 편두통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부러진 넓적다리뼈를 고정하는 나사가 부러져 이를 교체하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투캅스 언니들의 활약 덕분에 웃음을 되찾은 그녀는 약사나 조산원이 되겠다는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