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알리바바 주식 매각 서두르지 않겠다" 선언

새 대주주 엘리엇 '자사주 매입, 알리바바 투자 중단'요구 거절로 해석돼.

2020-02-14     이정숙 기자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로 '미다스의 손'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전락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알리바바 등 보유 주식을 팔아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서둘러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받아들여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손 회장은 1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알리바바는 성장 여력이 풍부하다며 서둘러 주식을 팔아 치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최근 경영실패로 수모를 겪어왔다. 소프트뱅크가 3000억 원 가까이 투자한 미국의 스타트업인 온라인 기반 생활용품 업체 '브랜드리스'(Brandless)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기로 하면서 손 회장의 투자실패 일지에 하나를 추가했다.

브랜드리스는 현재 직원의 90%에 해당하는 70명을 곧 해고할 예정으로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브랜드리스는 유통비용을 낮춰 화장품, 유기농스낵 등 고품질 생활용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으로 2017년 사업을 시작해 이듬해 소프트뱅크로부터 2억4000만 달러(약 2848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으나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7000억 엔(약 7조5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을 공격하며 '기업사냥꾼'으로 명성이 자자한 엘리엇 매지니먼트는 소프트뱅크 지분 3%를 최근 25억 달러(약 3조 원)에 매입했다. 엘리엇이 단일 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엘리엇은 손 회장에게 자사주 매입, 이사회 독립성 강화,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 관리·감독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은 특히 소프트뱅크에 200억 달러(약 24조 원) 가량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지분을 보유 중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는데 손 회장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손 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소프트뱅크와 엘리엇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트프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엘리엇이 요구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지분 가치는 2100억 달러(약 250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 지분 가치는 1500억 달러다.

반면 소프트뱅크 시총은 10조 엔(약 108조 원)에 불과하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19 회계연도 3분기(2019년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99% 급감한 25억8800만 엔(약 280억 원)을, 순이익은 92% 줄어든 550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급감은 소프트뱅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영향을 받았다.  비전펀드의 지난 분기 영업손실은 2251억 엔(약 2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외신은 그나마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보유한 알리바바가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3319억 엔의 지분 변동 이익이 발생해 영업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