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기준금리 동결, 금리 인상 끝 의미 아니다"

기준금리 연 3.50%로 동결...위원 5명 "3.75% 가능성 열어두라"

2023-02-23     이수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1년 만에 멈춘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밝혔다.이는 앞으로도 여러 여건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7회 연속 이어져 온 금리 인상 시계도 일단 멈췄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한 1.7%에서 1.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단기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내렸다. 경기는 어렵고 물가는 잡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해 기준금리 동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온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오늘 결정은 이런 과거의 일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조윤제 금통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위원 5명이 '당분간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23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사진=한국은행

시장예상대로였다.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15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택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에 비해 –0.4%를 기록했고,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 인상 행보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고 있어 한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4.5%~4.75%로, 한미 금리 상단이 1.25%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 금리 차가 사상 최초로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 경우 자본 유출과 환율 등 외환시장에 대한 한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5.2% 상승했다. 1월 소비자물가동향. 사진=통계청

국내 소비자물무가 상승률도 5%대로 여전히 높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지난해 12월(5.0%)보다 소폭 높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5.1% 오르면서 전달에 비해 0.4% 상승했으며 이달 기대인플레이션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이창용 총재는 앞서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적정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 "금리 적정 수준은 향후 물가흐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안재균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와 달리 지금은 국내 요인, 특히 물가 경로를 보면서 통화정책 운영 여건이 마련됐다고 한 부분은 기준금리 최종 수준 3.50%을 지지하는 요인"이라면서 "우리는 기준금리 3.50%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물가 중심의 국내 경제 상황 확인에 나서는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김상훈 연구원은 "결국 대외요인발 추가 인상 가능성 2분기에 열려있고, 가장 빠르게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이나 물가 경로가 기본 시나리오에 부합할 경우(연말 3%초반, 내년 근원 2%) 인하 논의 시작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 물가 전망치가 꾸준히 하향조정되 고 있다는 점도 울퉁불퉁하나,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를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연구원은 "2~3월 지표의 개선세가 완만해질 경우 3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0과 최종금리 5.50% 반영 확률은 재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  총재의 대내여건 강조 입장이 바뀌지 않았기에 최종금리 3.50%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