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적자 SK온, 최재원 수석부회장 해법은

SK온 지난해 1조 영업 손실 배터리 원소재부터 음극재 개발 추진...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도

2023-04-06     박준환 기자

"SK온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다. 초기 성장통을 극복하면,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할 것이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SK온 관훈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한 말이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의 성장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 많은 참석자들 앞에서 제시한 일종의 회사 비전이다. 그는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서로를 믿으며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열심히 노를 젓자"고 당부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SK온 관훈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온

이날 3시간가량 진행한 행사에는 최 수석부회장, 지동섭 SK온 CEO, 진교원 COO 사장, 최영찬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서울, 대전, 지족, 서산 사업장 등 구성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발언은 SK온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다. 그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21년 12월17일 SK온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와 대표로 선임된 이후 SK온의 성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고경영자. 그룹의 핵심 사업의 총책임자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회삿돈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수감 3년3개월 만인 지난 2016년 7월 만기 출소일을 석달 앞두고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5년 취업 제한 규정에 따라 이 기간 지주회사 SK, SK E&S의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SK온은 2021년 12월10일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배터리 전문 생산업체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배터리 음극재 개발,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는 한편,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우르빅스(Urbix)와 배터리 음극재를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개발이 성공하면 우르빅스에서 음극재를 공급받아 국내 배터리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2014년 설립된 우르빅스는 배터리용 친환경 천연흑연 가공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다. 애리조나주에 연산 약 1000t 규모의 음극재 생산라인을 현재 구축 중이며 생산규모를 2025년까지 연산 2만 8500t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 확충을 위해서는 국내 최대 양극재기업 에코프로, 글로벌 전구체기업 중국 GEM(거린메이)와 함께 전북 군산시 새만금공단에 연산 5만t 규모의 배터리 전구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새만금공장 전구체는 인도네시아내 3사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니켈 중간재를 원료로 사용한다

 최 수석부회장은 회사의 전략 방향을 묻는 질문에 "통상 제조업은 초기 4~5년은 적자를 보다가 이후 빠른 속도록 빛을 본다"면서 "우리도 독립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SK온은 지난해 1조 7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터리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지난해 1조2137억 원, 삼성SDI가 1조80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 비하면 매우 암울한 실적이다.삼성SDI는 자동차 전지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만 1조2538억 원의 영업이익이 나왔다고 한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SK온 관훈사옥에서 열린 'SK On, Drive On'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최 수석부회장에 앞서 지동섭 CEO는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지 CEO는"'기대 그 이상의 가치, 100+'라는 비전을 통해 SK온이 구성원, 고객, 주주와 비즈니스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100% 이상 뛰어 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SK온이 대규모 수주와 발 빠른 설비 증설을 기반으로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시현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와 안정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