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급여저축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금증

2020-03-29     박준환 기자
박준환 기자

정부 고위공직자 1865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본인과 가족 명의로 신고한 재산은 1인당 평균 13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공직자들이 종전에 신고한 재산에 비해 8600만 원이 증가했다. 신고자의 77.5%인 1446명은 종전에 비해 재산이 늘었고, 나머지 22.5%인 419명은 재산이 줄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26일 0시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나라에서 공직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재산이 준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저축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급여 등 저축’으로 예금이 6000만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재산은 1억 원가량 늘어났는데,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가액이 변화가 없는 가운데 ‘급여저축’으로 예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급여 등 근로소득’으로 본인 명의로 신고한 예금이 9047만 원에서 1억5521만 원으로 증가했다. 

신고 재산이 줄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예금이 8억6900만 원에서 9억3200만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 및 연금소득 등의 저축과 함께 보험료 납입액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들은 이렇듯 급여를 쓰지 않고 저축하고 있다. 정확한 저축금액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재산 증가 요인 가운데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과 함께 ‘급여저축’이 들어 있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연례행사’로 재산을 공개할 때마다 서민들은 궁금한 게 있다. 서민들은 ‘월급고개’에 시달리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들은 어떻게 ‘급여저축’을 할 여유가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연봉이 1억 원대여서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치자. 그 경우 씀씀이도 커지게 마련이다.

고위공직자들은 ‘월급고개’라는 말이 생긴 게 벌써 10년도 넘었다는 것을 아는가? 서민들은 이미 10년 이상 민생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2005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이 단어의 설명은  “지난달 월급은 거의 떨어지고 다음 달 월급은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아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를 ‘보릿고개’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서민들이라고 급여저축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금씩 떼어 저축하는 이도 많다. 그렇기에 고위공직자들의 ‘급여저축’을 백안시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문제는 급여를 저축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민생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자기의 살림살이가 넉넉한데 어찌 서민들의 쪼달리는 삶을 절감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겠는가. 서민정책이 서민 피부에 와 닿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