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가 준 충격...상전벽해
최근 볼일이 있어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데로 가다 잠시 들렀습니다. 7년 전쯤 부산을 들렀는데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부산역 중심의 구도심과 해운대가 대변하는 신도심간의 격차가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7일 저녁 KTX 열차에서 내리자 마자 다가온 부산역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앞에 호텔들이 많이 들어선 게 차이라면 차이였습니다. 역앞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부산의 동의어와 다름없는 '돼지국밥'을 먹기 위해 D식당을 갔습니다. 고기 인심도 좋고 반찬 인심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밤이 저물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자갈치 시장과 남항, 국제시장과 헌책방 골목을 누볐습니다. 옛 부산의 도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구도심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첫 인상은 '깔끔하다', '깨끗하다'였습니다. 우리나라 어시장도 일본 어느 어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비가 잘 돼 있고 깨끗했습니다. 조개와 각종 어류를 판매하는 상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사투리도 정겨웠습니다.남항에서 놀란 점은 물이 의외로 맑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발길을 돌려 차이나타운을 잠시 들렀다가 국제시장으로 옮겼습니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는, 엄청나게 큰 시장이었습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지만 역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깨끗하고 정비가 잘 돼 있었습니다. 가게도 많고 판매하는 상품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사려는 사람, 저같은 구경꾼도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유명한, 부산의 내로라하는 상표의 어묵을 먹었습니다.
바로 이웃한 부평깡통식당을 기웃거리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길에도 갔습니다. 한 책방 주인은 30여곳의 헌책방이 있다고 했습니다. 10여권으로 이뤄진 연작 소설이 4만원대라고 했습니다. '대마도'에 관한 역사책 한 권을 사서 나왔습니다.
다른 도시로 가서 일을 보고 10일 오후에 다시 부산 땅을 밟았습니다.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해운대 부근의 한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식당으로 갔습니다. 지하철 해운대 역에서 해운대 해변까지 이어진 길은 그야말로 신천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수십 층짜리 고층빌딩이 즐비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로 상점과 식당은 붐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꽃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켰습니다.
식사 후 해변으로 갔습니다. 길고 넓은 모래 사장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했습니다. 조깅하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사람, 앉아서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 등등... 대학시절 서울서 내려온 친구들과 찬바람을 맞은 해운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검은 수평선 위 조각달이 반겼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미포항 선착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술뱅이와 쏨뱅이 등 생선 3kg을 사서 회를 떴습니다. 이른 아침, 햇살을 맞으며 바닷가에서 먹는 회는 일품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102층짜리 엘시티가 있었습니다. 회로 배를 채운뒤 엘시티 앞 방파제로 가서 파도소리를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달맞이고개로 갔습니다. 미포항에 있었지만 아쉽게도 블루라인 해변열차는 포기했습니다. 당일 예약이 되지 않는 데다 줄을 선다고 해서 탈 수 있는 보장이 없다기에 단념한 것입니다. 해변열차는 미포항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에 이르는 4.8km를 30분간 달리는 열차인데 무척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달맞이고개를 간 것이죠. 달맞이고개 역시 미포항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길 가운데 있었습니다. 해운대구 중동 산에 있었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구수한 사투리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습니다.
도로 양쪽에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봄에 왔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빌라들이 바다를 향해 자태를 뽐내며 앉아있었습니다. 도로 한 켠에는 둘레길이 있었고 그 아래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곳곳에 수국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부산시가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둘레길 바닥은 야자인지 모를 섬유질로 가늘고 길에 꼰 실로 엮은 매트가 깔려있어 푹신했습니다.
청사포를 지나 송정으로 가려다 발길을 멈추고 돌아섰습니다. 송정까지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지만 나그네의 발이 너무나 무거운 탓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청사포를 내려다보는 커피숍에서 조곤조곤거리듯 울려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블랙커피를 홀짝이다 하루와 부산여행을 정리했습니다.
부산은 전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관광지의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운대를 비롯한 신도심의 급팽창에 위축된 구도심이 씁쓸한 느낌을 줬습니다만 구도심에 스토리를 불어넣는다면 그 나름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구도심과 신도심이 병존하는 도시에서 부산만의, 아니 한국만의 콘텐츠를 생산해 세계에 뿌린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부산=박태정 기자 ttc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