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 고착화 한국, 해법은 '기업가 정신'

2024-11-29     박태정 기자

올해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중앙은행과 국책연구기관, 주요 투자은행들이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놓는다. 한결같이 1%대 저성장을 예상한다. 전세계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관세' 부과 칼을 꺼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갈길은 먼데 해는 지고 어두은데 등불은 없는 형국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해법은 없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에겐 불리한 요소다. 그동안 한국 발전의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에 다시 기대를 건다.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최근 만난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내년을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특히 한국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부진은 큰 걱정이라고 했다. 삼성이 거느리고 있는 수십만 명의 직원을 생각하면 해마다 수십조 원의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그보다 많이 벌어야 투자를 하고 성장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현재 삼성은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SK그룹이 짐을 질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라고 했다.  주력인 SK하이닉스가 올해 23조, 내년에 40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삼성에 비길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LG그룹도 수백조의 매출을 올리고 큰 영업이익을 내지만 역시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공급 과잉 몸살을 앓는 화학부문이 아픈 손가락이다. 방산부문에서 큰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그룹도 화학부문이 골칫거리고 롯데그룹은 큰 타격을 입어 화학부문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짐을 쌌다.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전망을 낮추고 있다. 1%대 성장률 전망이 대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최근 나온 전망치 중 가장 낮다. 한국은행의 전망치 1.9%를 제시했고 국제통화기금(IMF)는 2%를 예상했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이 2.0%와 같다. KDI의 예상은 더 무섭다. KDI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한 때 아시아 네마리 용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한국이 어쩌다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졌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 성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경제성장은 투자와 소비, 수출이 견인하는데 이들 3요소가 고장이 났다고 보는 게 온당하다.

한국은행이 28일 낸 경제 전망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2%,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것과 관련해 "내수 회복흐름이 완만한 가운데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점을 반영해 각각 0.2% 포인트(P)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는 글로벌 통상환경, 반도체 수출 흐름, 내수 개선속도 등에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하면 수출과 내수가 문제의 근인인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해법도 여기서 찾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출은 한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통상여건, 경제사정이 좋아져야 늘어날 수 있다. 수출이 개선되면 수출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고 임금 상승과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단초는 한국이 어쩔 수 없는 대외 여건에 있다는 게 문제다. 소비 또한 수출과 대외 여건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출이 안 되는 데, 대외여건이 나쁜데 내수가 활황을 보일 리가 없다. 수출과 내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중국 등이 대응해 글로벌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교역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중동의 긴장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지정학 긴장도 세계 교역의 걸림돌이다.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돌파구는 없을까?

답은 "없지만 있을 수 있다"이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여건에서 명확한 답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새로운 신제품으로 신 소비시장을 열면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문을 연 스마트폰이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칩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엔비디아가 좋은 사례이다. 한결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한 기업가 정신의 결과물이다. 이들의 성공은 어쩌면 우연의 결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우연이 이 세계를 변혁시키고 발전으로 이끈 견인차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거대 야당이 각종 예산을 삭감하는 현실에서 무력하기만 한 집권 여당과 정부가 할 일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기업 정신을 더 목말라 한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들의 성공이 '우연'의 산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우리가 하는 일을 그 우연으로 만들고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길이 아닐까? 노력하지 않고 따뜻하고 평온한 미래, 노후를 기대하는 것은 베짱이나 할 짓이지 현명한 경제인의 일은 아니다. 현대차를 만든 정주영 회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우그룹을 창업한 김우중 회장, 삼성을 이끈 이근희 회장 등 우리나라에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선구자들이 많았다. 그들의 뒤를 이을 출충한 기업인이,기업가 정신을 가진 지도자, 용맹무쌍한 젊은이들이  나와서 활동이 뜸한 한국인의 기업가 정신이 꿈틀거리게 할 날을,한국이 살아있음을,  저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