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월 2일 '글로벌 무역전면전' 선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을 '무역보복의 날'로 선언했다. 그는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지정하고 주요 무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에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킬 속셈이다. 트럼프가 전세계에 관세로써 보복해서 미국이 해방될 것인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해방을 위해 4월2일에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쓸 카드로는 보복관세도 있다.
미국 무역 대표부(USTR)는 상호 관세 대상으로 모든 G20 국가와 미국 상품 무역 적자가 가장 큰 국가를 지목했다.이른 바 더러운 15개국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601억 달러에 이른 우리나라도 대상이 됐다. 무역흑자 2695억 달러인 중국, 1566억 달러인 멕시코, 624억 달러인 일본, 545억 달러인 캐나다, 416억 달러인 태국 등이 대상에 올랐다.
이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 상대국의 관세는 물론, 규제, 보조금, 세금과 같은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해서도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관리들은 특히 유럽연합(EU)의 부가가치세와 디지털 서비스세를 불공정 무역 관행의 사례로 거듭 지목했다.
전세계가 만류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귀를 막고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친구든 적이든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의해 바가지를 씌우고 학대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드디어 미국이 그 돈과 존경을 되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전세계는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고 학대한 장본인이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15개국은 더러운 국가들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난해 9840억 달러에 이르렀으니 그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지속된 무역적자는 특히 2020년 이후 더욱 확대되는 추세이니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물릴 방침이다. 이달 초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두 나라의 반발이 극심하지만 두 국가가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을 줄이고 오피오이드 펜타닐의 유입을 막도록 강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은 그래도 설득력은 있다.
그렇지만 과연 전 세계가 미국에 바가지를 씌웠는가? 아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가장 저렴하게 사서 썼다. 능력 이상 수입해서 적자가 난 게 근본원인이다. 과잉소비와 그에 상응한 과잉 수출이 근인ㅇㄱ다.트럼프의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것과 다름없다. 미국은 왜 중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졌는지는 세상에 다 알려져 있는 일이다.
동맹국을 술수를 쓰는 장삿꾼으로 보는 그의 언사와 시각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트럼프가 4월 2일에 무역 상대국들에게 즉각 관세를 부과하면 전 세계는 무역전쟁 전면전에 돌입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미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맞서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최대 280억 달러(약 41조 원)에 이르는 미국산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회원국 승인 시 4월 12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중국은 22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미국 농산물 수출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산 대두, 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에 10%, 면화, 닭고기, 옥수수에는 15%의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캐나다 역시 주류에서 땅콩버터에 이르기까지 약 210억 달러(약 30조 8000억 원)의 미국 상품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적용했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관계 악화를 우려해 무역 협상을 시도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한국정부 역시 협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등을 카드로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다.
경제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권한대행이 있다고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업무가 중지된 터라 한국의 협상력은 제한돼 있다. 현재로서는 단계별 대응책과 장기 비책을 준비하는 게 최상책일 것이다.
트럼프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중병에 걸린 미국 경제를 교역 상대국에 대한 고관세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어쩌면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경제 주체들아 아우성을 치는 시점이 올 것이다.국민 저항을 이길 대통령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미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경고음이 커지고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결과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미스테리다. 과연 그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을 다시 강하게(MAGA)'라는 선거구호가 외친 부강한 미국 재건인가? 아니면 손쓸 수단이 없는 '적수공권'의 상태에서 중국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인가?
미국 내수산업 보호, 제조업 경쟁력 강화,재정수입 확대, 정치기반의 지지확보 등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주 타겟은 재정적자 축소이리라. 미국이 앓고 있는 고질인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않고서 관세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고관세는 결국 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를 어렵게 하고 달러강세를 초래해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국가부채 이자지급 규모를 늘려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트럼프가 연방공무원을 해고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재정 적자 해소책의 하나 일 것이다.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씀씀이를 줄이는 게 유일한 처방전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4월2일은 지난 80여 년간 발전해온 자유무역 체제가 붕괴하는 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대를 모은 트럼프 재등장, 세계는 불확실성과 암울한 혼돈의 신호탄이 아니었나 싶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