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르는 가공식품 물가

2025-06-09     박준환 기자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각종 가공식품과 일부 농산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이다. 1만 원으로는 식사를 할 수 없을 만큼 음식값도 많이 올랐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뭐니뭐니 해도 물가안정이다. 이재명 정부가 귀담아아 들어야할 고언이다.

최근 물가 상승은 대형 마트에 가면 상품을 손에 담기가 겁이 날 정도로 올랐다. 출하가 늘어난 양파와 감자 등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안 오른 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9%'라는 통계청의 발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 앞에는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서울 대형마트에 진열된 농심의 라면제품들. 사진=박준환 기자

소비자들이 간식 혹은 주식으로 먹는 라면 값만 봐도 그렇다. 국내 최대 라면 업체 농심과 '할인판매'를 자주하는 오뚜기의 컵라면 소매값은 최근 한 개에 2000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농심 컵라면 중 신라면툼바, 신라면블랙, 너구리 큰사발 등의 편의점 가격은 1800원이다. 신라면블랙 봉지라면은 1900원이다. 오뚜기의 컵라면 '진짬뽕' 등도 2000원 짜리다.

라면 값은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의 세 배 이상이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4.1%)보다도 높았다. 값이 오른 것은 라면만이 아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 가격을 올렸으며 동서식품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올렸다. 초촐릿 제품을 판매하는 롯데웰푸드는 8개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하면서 빼빼로 2000원 시대를 열었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모카골드 마일드' 사진=동서식품

통계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3개 품목 가운데 '12.3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2개로 나타났다. 10개 중 7개꼴이었다. 6개월간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에 이른다. 초콜릿이 10.4%, 커피 8.2% 각각 상승했다. 빵과 잼, 햄·베이컨은 각각 6%가량 올랐다.

사정이 이렇기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다면 이상하다. 

물론, 가공식품을 팔거나 식당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밀과 옥수수, 코코아, 팜오일 등 우리나라가 거의 전량 수입하는 곡물 가격이 올랐고 환율마저 뛴 만큼 국내 물가 상승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각종 비용 상승도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혹자는 영업이익률이 지극히 낮다는 말로 인상이류를 댄다. 나름 납득할 만한 이유다. 

그럼에도 계엄사태와 정권교체라는 혼란기를 틈타 기업이 가격 인상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기업들에  소비자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압박했다.식품업체들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가 라면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농심 등은 2022년 하반기에 라면 가격을 올렸다가 1년도 지나지 않아 가격을 다시 내렸다.그런데 최근 이들은 '일제히'라는 말이 걸맞을 만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라면 가격을 들먹이며 나섰다. 그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고요.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고 물었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라면 값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보자 하는 심리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식품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업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정부와 충분히 소통하겠다","소비자와 공감대를 이루겠다" 등등의 말을 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기업 말대로 된다면 물가 안정이 될테니 더욱 그렇다.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재빨리 전가하며 주머니 불리기를 급급한 모습도 온데간데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서슬퍼런 새 정부 앞에 꼬리를 바싹 내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워 씁쓸하다. 정권의 힘이 빠지면,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환율이 급변동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할 사안이다. 일회성 쇼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민생을 걱정하는 정부와 정치권,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고심하는 기업이 합심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