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충으로 초고속·저지연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하는 광통신 모듈(광트랜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핵심 원자재인 화합물 반도체 '인듐인화물(InP·Indium Phosphide)' 기판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InP 기판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광통신(CPO, 광트랜시버 등)과 레이저 광원의 필수 소재로 주목받으며 극심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현지시각) 금융투자회사 노무라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는 레이저 다이오드의 필수 기판인 InP 웨이퍼 가격이 전 세계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2인치 InP 기판 가격은 2025년 말 장당 500위안에서 지난 6월 880위안(미화 130.54달러)으로 약 76% 폭등했다. 3인치 웨이퍼 역시 1800위안 선에서 3200위안 안팎으로 수직 상승했다.
세계 InP 기판 시장은 미국의 AXT, 일본의 스미토모전기와 JX어드밴스트메털스(JX금속), 독일의 프라이베르거, 프랑스의 인팩트(InPACT) 5사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과점 구조를 띠고 있다.
기판은 초고순도 인듐(In)과 인(P)으로 이뤄진 단결정 몸체에 기판의 전기 성질을 결정하는 미량의 도펀트(Dopant, 황, 주석, 아연, 철)가 미량 첨가된다. 고온고압에서 두 원소를 반응시켜 잉곳을 뽑아낸 뒤 이를 얇게 썰어 표면을 거울처럼 연마해 반도체 공정에 투입한다. 광반도체 칩을 만들 때의 기판 구성은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로 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판은 주로 2인치, 3인치, 4인치이며 실리콘 기판(12인치) 에 비해 크기가 작고 부서지기 쉽다. 최근 AI 수요 급증으로 대량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6인치(150mm) 기판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수요 폭증에 따라 글로벌 주요 기판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과 함께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2인치, 3인치, 4인치 InP기판을 생산하는 일본의 JX금속은 기판 가격을 기존 대비 최대 2~3배까지 인상하는 첫 번째 단가 조정을 단행했다.
JP모건은 고객사들의 주문 문의가 제조사들의 계획된 증설 능력을 계속 초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이코노믹 데일리뉴스는 대만 업계는 오는 4분기에 약 10% 수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미국의 핵심 광학부품 제조사인 코히런트(Coherent)와 루멘텀(Lumentum)은 AXT의 물량 선점을 위한 '선급금 동맹'을 맺고 있다. 코히런트는 AXT의 베이징 공장 6인치 InP 증설을 지원하기 위해 2230만 달러(약 314억6300만 원)를 지급했으며, 루멘텀은 2031년까지 InP 공급 용량을 독점 확보하는 조건으로 총 8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사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일본 JX금속은 지난 6월 InP 기판 부문에 단일 제품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00억 엔(7억 5200만 달러, 약 1조 600억 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4년 동안 2025 회계연도 대비 7배에서 최대 10배까지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 역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차세대 광송수신기의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신규 규제를 준비 중이다. 이번 조치가 중국 현지 제조 공장까지 포괄할 경우 중국 베이징에 전량 제조 기반을 둔 미국 AXT와 같은 공급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2월 InP를 전략적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해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의무화했다. AXT 중국 법인은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적은 수출 허가를 받았으며, 규제 서류를 통해 "InP 수출 허가 취득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제조사들의 증설과 중국 당국의 정기 허가 발급으로 원자재 기판 공급은 점차 개선될 수 있다면서 병목 현상은 기판 확보에서 점차 InP 웨이퍼를 정밀 레이저 기기로 가공하는 '후공정 양산 역량'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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