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환율, 그리고 한국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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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환율, 그리고 한국 금리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8.29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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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킹달러'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킹달러는 미국 경제의 강건함을 상징하는 것이긴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가져온 현상이라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간 것이라는 설명이다.미국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중앙은행이 물가 잡기를 위한 정책을 실행한 것이지만 다른 나라는 돌을 맞는 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킹달러는 다른 통화의 약세, 환율 급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은 아니다. 급격하고 과도한 상승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달러당 1340원대다. 금리는 과거수준을 밑돌지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환율, 금리 안정은 언제쯤 이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규모 경제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창용 총재는 28일 오전 한국의 금융소비자들에게는 결코 달가울 리 없는 소식을 던졌다. 환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바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한 인터뷰다. 이곳은 이틀전인 26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혀 전 세계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린 곳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비둘기인 듯한 파월이 '매파 본색'을 드러내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그렇기에 이 총재의 인터뷰 내용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Fed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는 말은 더더욱 납득할 수 있다.

또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 요인이 크고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한 이 총재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에 맞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섣부른 정책전환에 대한 기대에 못을 박았다.

그는 또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투기수요라기보다 달러의 글로벌 강세에 따른 영향"이라면서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현재까지 주요국 통화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원화 가치 평가절하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외환시장 구두개입이다.

이 총재의 발언을 본다면 지금의 환율, 금리수준은 어쩔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불가항력'임에 틀림없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낳기도 하지만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개선되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자들에게는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을 가져오지만 예금자들에게는 소비여력을 늘려주는 희소식이다. 

한은은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로 또 0.25%포인트 올렸다. 올들어 8개월간 5차례, 총 1.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은행들은 예적금을 최대 0.50%포인트까지 올렸다. 이 때문에 KB금융과 신한, 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한 달 전 보다 6조4000억 원, 정기 적금도 6000억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8개월 간 무려 67원이나 불어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의 부진 영향으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12조 원 넘게 줄었다.

문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 또는 3%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는 점이다. 정기 예·적금에 자금이 더 몰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동시에 다중채무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극심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미국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한 해결하기 어렵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5%다. 오는 9월 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나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최고 3.25%로 올라가 한미간 금리역전은 확실해진다.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금유출 우려가 나올 것이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으면 한은도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잡혀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제유가 안정이 필수다. 미국의 휘발유가격은 갤런당 5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마찬 가지로 국내 물가도 내려와야 한다. 한은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물가가 내려오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한은의 물가목표는 2%인데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3%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예상했다. 금리 정책을 바꾸기에는 높아도 한참 높다.

한가지 변수는 경기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 전망한 2.7%에서 2.6%로 낮췄다. 내년은 2.1%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 전망치는 3.7%로 내다봤다. 성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한은이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데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은 없어진다. 그렇더라도 올해 물가 수준을 볼 때 올해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월이나 10월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연평균 물가 전망치를 5.2%로 본 것은 4% 아래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본 것임에 틀림없다.

킹달러, 환율, 한국의 금리는 결국 미국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그때까진 가계나 기업들은 극심한 환율변동과 추가 금리상승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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