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워룸'과 최태원 '이환위리'의 속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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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워룸'과 최태원 '이환위리'의 속뜻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2.3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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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암울해도 기업 극복 의지 다부져

올해도 이틀 남았다. 병인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지나갔다.이틀 뒤면 다시 토끼의 해가 밝는다.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귀가 커서 소리를 잘 듣고 뒷다리가 튼튼해 잘 뛴다. 또 새끼를 많이 낳는 다산의 동물이다. 암울한 전망이 난무하는 2023년을 헤쳐나갈 안성맞춤의 동물로 생각한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이다. 한국이 높이 뛰는 토끼처럼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사진=픽사베이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이다. 한국이 높이 뛰는 토끼처럼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사진=픽사베이

우리 경제는 올해 안팎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 위기는 물론 인플레이션, 달러 강세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안으로는 여야 정치권의 정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위협, 레고랜드발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다. 악재는 사라지지는 않은데 새 복병이 자꾸 등장했다. 내년에도 이런 악재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 경제는 물론 전 세계를 괴롭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1%대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 기관들이 적지 않다. 반면, 물가는 5%대의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한마디로 '저성장 고물가'가 한국 경제의 얼굴이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감소, 원자잿값 상승 등의 악재는 여전히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다. 나무랄 일은 아니다. 

LG전자는 내년 경기 하락을 대비한 '워룸(War-Room)'을 꾸렸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투자계획을 연초 9조 2000억 원에서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 확보와 투자계획 일부 수정에 따른 영향으로 8조 9000억 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도 청주공장 신규 반도체 라인(M17) 증설 계획을 보류한데 이어 내년 투자액도 축소하기로 했다.

롯데는 불요불급한 투자를 제외하고는 연기할 계획이며 한화는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투자, 운전자본, 외환 등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데다 금리 인상에 금융시장이 경색돼 있는 만큼 기업들은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안정에 방점을 둔 전략을 실행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결같이 고난 극복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를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고 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보자. 최 회장은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이환위리(以患爲利)'를 그룹 CEO들에게 촉구했다. 최 회장은 폐막 연설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경구를 언급했다.

손자병법의 '이환위리'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갈 것을 주문한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손자병법의 '이환위리'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갈 것을 주문한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이우위직 이환위리'는 '손자병법' 7 군쟁편에 나오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먼 길을 곧은 길로 삼고, 근심을 이로운 것으로 만든다'이다. 다시 말해 에둘러 가는 것을 빠른 길로 여기고 곤란함을 도리어 이로움으로 삼으란 속뜻이 담겨 있다. 군쟁편은 "전쟁 중에서 어려운 점은 먼 길을 곧은 길로 삼고,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하고 적을 이익으로 유인하면, 적보다 늦게 출발해도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니, 이는 우직지계를 안다고 하는 것이다(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고 적고 있다.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화위복과 같으리라고 본다. 

최 회장은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최 회장은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Transition) 등을 통해 새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우리 기업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반도체와 이차전지, 이차전지의 핵심인 소재를 개발, 양산해 세계 시장을 제패한 전력이 있으나 최 회장의 주문이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리지 않았는가?

추운 겨울 주린 배를 움켜지고 살아남아 봄을 맞이하는 '인고'의 시간없이 어찌 인간이 생존의 고통과 기쁨을 알고 성장의 고충을 깨달을 것이며 축적이 없이 어찌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랴. 참고 견디면서 대안을 찾아 뛰어올라야 한다.그것이 토끼의 도약이리라.

이것이 필자가 새해를 맞는 각오이며 바램이다. 참고 견디고 도약하는 한국 경제는 경제주체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는 나라다. 못할 게 없다. 정치권의 농간에 사분오열돼 있지만 단결만 하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저성장의 난관은 충분히 극복할 저력이 있는 나라가 이 나라가 아닌가.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전 세계를 주름잡는 모습을 그려본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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