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돈잔치, 서민은 빚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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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돈잔치, 서민은 빚찬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2.1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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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미주 천인혈' 상황에 과도한 돈잔치 빈축

세장은 고르지 않다.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다. 은행의 돈잔치를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더 굳어진다. 서민들은 가계 밎더미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당에 과도한 이자놀이라 온 국민의 지갑을 탈탈 털어 자기들만 배를 불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죽했으며 대통령이 나서 대책마련을 지시했을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사진은  계묘년 첫 날인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사진은  계묘년 첫 날인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한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면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6억 원으로 집계된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는 2021년 14조5428억 원에 비해 8.99%(1조3077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4대 금융지주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6230억 원) 늘어난 4조64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KB금융 순익은 전년대비 0.1% 늘어났지만 4조4133억 원으로 나란히 '4조 클럽'에 안착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6257억 원,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2.5%(5810억 원) 급증한 3조1693억 원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웃는 내일을 그린다'고 주장하는 신한금융지주의 내일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 그림. 과연 그럴까?.사진=신한금융지주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웃는 내일을 그린다'고 주장하는 신한금융지주의 내일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 그림. 과연 그럴까?.사진=신한금융지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조차 중소기업을 지원하고도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15.3% 증가한 2조7965억 원,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4705억 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출 증가와 순이자마진(NIM) 확대에 힘입어 순이자이익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NIM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에서 발생한 수익과 채권 등 유가증권 수수료 이익 등이 포함된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7.9%(1조6222억 원) 늘어난 10조6757억 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8.9% 늘어난 11조3814억원에 이르렀다.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빌미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13일 기준으로 연 4.20~6.21%로 집계됐다. 하단이 지난주 4.08%에서 0.12%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4.86~6.40% 수준이다. 

고금리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는 만큼 이들 금융지주 실적은 올해 견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7조 2407억 원으로, 지난해 전망치 대비 4.1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순이자이익이 11조 3000억 원이 넘은 KB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KB금융
지난해 순이자이익이 11조 3000억 원이 넘은 KB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KB금융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바탕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신한은행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 361%를 책정했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 280%에 더해 특별격려금 340만 원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기본급의 3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뿐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연말연시 2200여 명을 희망퇴직시키면서 특별퇴직금 등으로 1인당 평균 6억~7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희망퇴직자들은 연차에 따라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과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비 등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고 한다.국민, 신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에 1336억~2725억 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를 각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억4000만~4억4000만 원이 나온다. 여기에 되는 법정퇴직금을 더하면 희망퇴직자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 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생 2막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성과급, 특별퇴직금이 은행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주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정도의 실적을 올렸을지는 의문이라는 점에서 은행 스스로 벌어 성과급을 주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은행들의 성과급과 특별퇴지금은 국민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최근 희망퇴직이 정례화하고 은행원들이 수억 원대 퇴직금을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희망퇴직이 구조조정보다는 서민들의 이자로 얻은 수익을 직원들에게 챙겨주는 '복지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에 은행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뭣이라고 말하겠는가?

지금 우리가계는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 4000억원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98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춘향전에서 어사 이몽룡이 쓴 7언절구 한 수가 이보다 잘 떨어지는 현실이 있을까?  <금준미주는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 촉루락시 민루락 가성고처 원성고(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寃聲高)>. 빚에 허덕이는 가계의 피눈물,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를 외면했으니 대통령이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 게 아닌가?  

은행들도 상장 기업인 만큼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데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 가계와 기업은 무너지는 데 자금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은행만 잘 살아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은행이 자금공급원이자 시장안전판 역할을 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중용의 길을 찾는 게 '정도'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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