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윤석열 정부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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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윤석열 정부가 복병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2.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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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대주주 명확지 않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구현모 KT 대표도 낙마

국내외 굴지의 철강기업 포스코 그룹 최정우 회장의 연임여부가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여년간 계속돼온 포스코 회장의 '연임 후 중도퇴진' 흑역사를 끊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내자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재연임 여부로 불똥이 튀었다.  정부는 포스코 주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의 위임을 받은 국민연금이 8.5%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여서 포스코에 미치는 입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내년 3월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ESG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내년 3월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ESG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3월  주주총회를 연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해 사내이사를 국민연금 측 인사로 교체한다면 최정우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인데도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현모 KT대표가 지난 23일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재계의 관심사는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의 연임 여부로 쏠리고 있다.

포스코 회장 자리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1대 박태준 회장과 2대 황경로 회장, 3대 정명식 회장은 김영삼 정권시절 각각 1년 재임했다. 그러나 4대 김만제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물러났다. 그 다음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권 때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퇴진했다. 이구택 회장과 정준양 회장, 권오준 회장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물러났다. 

윤 대통령 취임으로 최 회장의 연임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오너가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이 기업 성장과 발전보다는 최고경영자(CEO) 본인들의 연임 등 이익을 위해서만 일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포스코를 꼭 집어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없는 은행과 통신, 철강 기업 CEO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에는 공익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이었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KT대표 구 대표는 최근 차기 회장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사장=KT
구현모 KT대표 구 대표는 최근 차기 회장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사장=KT

국민연금도 지난해 12월 구 대표가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선발되자 "(KT의 대표 후보 선정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주인없는 기업에서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에 관여했을 때 기관이 이사 선임 등에 있어 적극 의사를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면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강화해 경영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스튜어드십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 결정에 있어 적극 참여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행동 지침을 말한다.

더욱이 요즘 최 회장의 얼굴은 보기 힘들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1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지만, 최 회장은 합류하지 못했다. 새해가 되면 으레 열리는 경제계 신년회에도 최정우 회장과 구현모 대표는 불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여당 의원들은 태풍에 대한 사전에 예보가 지속됐음에도 골프약속, 미술관 방문 등으로 침수 피해 현장을 즉각 살피지 않았다는 점을 추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포스코가 정권교체때마다 수장 교체와 관련해 잡음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나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CEO 거취 문제로 산업 전반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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