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엘니뇨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올수도
상태바
하반기 엘니뇨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올수도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3.15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주기상청 라니냐 종료 선언...연말 엘니뇨 발생확률 50%
해수면 온도 0.5도 이상 올라 기상이변 발생시 원자재 수급, 농산물 시장 안정 훼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 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요국 기상청들이 밝혔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4년 만으로 원자재 수급 특히 농산물 시장 안정을 훼손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에 따라 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 전반의 수급과 가격 안정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국제금융센터가 조언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특히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020년 기준으로 20.2%에 불과하고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제한 등 식량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태평양 해수면 평년보다 섭씨 5도 이하인 라니냐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과 혹서의 고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빠라나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농산물을 실어나라는 대형 화물선들이 운항을 포기하고 강에 정박해 있다. 사진=지캡틴닷컴
태평양 해수면 평년보다 섭씨 5도 이하인 라니냐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과 혹서의 고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빠라나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농산물을 실어나라는 대형 화물선들이 운항을 포기하고 강에 정박해 있다. 사진=지캡틴닷컴

농산물 전문매체 애그리센서스는 14일(현지시각) 호주기상청(Australian Board of Meteorology, BOM)이 라니냐 현상 종료를 공식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 기상당국도 지난주 말 라니니냐 현상의 종료를 발표했다. 라니냐(여자아이라는 스페인어) 현상은 대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태평양 적도 지역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이면 엘니뇨(남자아이)라고 부른다.

태평양 해수면 온도 변화는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이라고 하는 열대 저기압 패턴과 연관돼 있어 대기와 해양의 결합 현상을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고 부른다. 라니냐가 종료되면 짧은 ENSO 중립(라니냐도 엘니뇨도 아닌 상황) 기간을 거친 후 여름부터 해수면 온도가 0.5 이상 상승하는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BOM은 이날 "ENSO가 중립상태"라면서 "국제 기후 모델에 따르면, 남반구의 가을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밝히고 올해 말 엘리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약 50%라며 '엘닌뇨 워치' 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미국 국립기상청(America’s National Weather Service, NWS)은 지난 9일 "라니냐가 종료되고 ENSO 중립상태가 북반구에서는 봄철 내내, 그리고 초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기상청은 10일 "적도 태평양과 대기 상태가 지난 2021년 가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를 끝냈다"고 발표했지만 올여름에 엘니뇨가 생길 확률을 50%로 예측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이번에 엘니뇨가 발생한다면 2018~19년(10개월간 지속) 이후 4년 만이며, 엘니뇨의 강도(intensity)는 오는 6월을 전후로 더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남서쪽 팜파스 중앙 농산물 집산지 치빌코이의 옥수수 밭에서 한 농부가 가뭄에 타들어가는 옥수수 밭에 서 있다. 사진=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남서쪽 팜파스 중앙 농산물 집산지 치빌코이의 옥수수 밭에서 한 농부가 가뭄에 타들어가는 옥수수 밭에 서 있다. 사진=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태평양 적도 지역 수온은 대개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다. 그런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동태평양 수온이 높아지고 이 지역에 과도한 열과 습기가 대기로 방출되고 풍향·기온·강우 패턴이 바뀐다. 그 결과 호주와 동남아시아 지역은 예년보다 더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아메리카지역은 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다.따라서 라니냐 현상의 종료는 라니냐에 따른 가뭄과  열파 등으로 농작물 수확이 타격을 입은 아르헨티나의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올해 말 엘니뇨 현상이 생기면 호주에는 건조한 기상여건이 전개되고 밀 농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엘니뇨가 가세해 올해는 역대 5~6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이며, 내년에는 역대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전문위원은 "엘니뇨는 국제원자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히 곡물 등 농산물시장의 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오 전문위원은 엘니뇨에 따른 빈번하고 강력한 극단적 날씨는 농산물 등 국제원자재 수급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밀, 광물), 인도(밀, 원당), 동남아아시아(광물과 팜오일), 남미(광물, 각종 농산물) 등 엘니뇨에 취약한 국가들의 원자재 생산과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엘니뇨가 발생한 2015년 세계 1위의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 생산은 기상여건 악화로 예상치를 4% 밑돌았다. 또 2015~1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1.6% 감소했다.특히 옥수수는 4.1%나 줄었다. 세계 원당 생산량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핵심 생산국들이 모두 부진해 7% 이상 감소했다.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생산량은 극심한 가뭄으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가뭄과 홍수, 혹서 등 기상이변은 관련국 경제활동을 위축시시키고 농업 생산이 큰 차질을 빚을 경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근이 심화되는 등 식량 위기(Food Crisis)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오 전문위원은 "올 해 엘니뇨의 진행 과정과 강도는 아직 불확실하나 하반기로 갈수록 관련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 특히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자극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수급 관리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