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전 사장, 자구안 발표하고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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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전 사장, 자구안 발표하고 사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5.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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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이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기고 12일 사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동안 38조에 이른느 한전의 적자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정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해 왔다.산업통상자원부 요직과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거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5월 한전 사장에 임명됐다.

12일 사의를 표명한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사진=한국전력
12일 사의를 표명한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사진=한국전력

정 전 사장은 이날 부동산 자산 매각,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의 자구안을 발표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이 사퇴를 공개 촉구한 지 보름만이다.

자구안은 '창사 이래 최대'인 25조 7000억 원 규모다.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강남 한전아트센터 등은 임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2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 100%를, 3급은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전 직원 임금 동결'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하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6034억 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177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456% 늘어난 것이다. 즉 한 해에 적자규모가 다섯 배 늘어난 것이다. 

 한전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이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근본 원인은 연료비 상승과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구입비가 많이 증가한 탓이 크다.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후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한 발전을 늘리면서 연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 시장에서 LNG요금은 전기요금과 연동돼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덩달아 LNG가격도 상승했다.

문제는 전기요금은 전력을 판매하는 한전이 시장 논리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결정해온 만큼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한전 자구안 마련이 먼저라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정부·여당은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 결정을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 대한 대책이 먼저"라며 40일 이상 미뤄왔다. 지난 11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하기 위해 예정된 당정 협의회는 한전의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미뤄왔다. 사진은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미뤄왔다. 사진은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한다"면서 "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한전채 발행 증가로 금융시장 왜곡과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감안해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전 사장은  11일에도 "한전 경영 정상화에 가장 시급한 것은 요금의 정상화"라고 강조해왔다. 

정 사장의 사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고  다음날인 10일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이 교체됐다. 정 전 사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수행 경제인 명단에 포함됐다가 출국 직전에 빠졌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 전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탈원전'을 언급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졸속 탈원전으로 26조 원 손실을 볼 때 한전 사장은 뭘 하고 있었냐"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알지만, 국민에게 손 내밀 염치는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도 못 한다면 자리를 내놓길 바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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