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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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1.1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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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5세인 직장인 K씨는 최근 낭패를 당했다. 급여 통장이 국세청에 압류돼 생계가 막혔다. 세금이 체납되자 국세청이 압류에 나선 것이다.

상속증여세율을 놓고 말들이 많다.상속세율이 높다고 하고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박준환 기자
상속증여세율을 놓고 말들이 많다.상속세율이 높다고 하고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박준환 기자

그가 체납한 것은 상속세다.지난해 부친이 돌아가면서 유산을 남겼는데 그것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국세청의 조치였다. 그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10억 원 이상인 토지와 임야 등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시가로 환산한다면 꽤 큰 금액일 것이다. 수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형제와 친지들로부터 빌려 2억 원 이상을 납부했지만 아직도 수천만원이 남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토지와 임야 등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금은 계속 내야 하는데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니 그는 계속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급전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형제들간의 우애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 동생한테도 자금을 빌리려고 해도 역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물납을 하려고 해도 시기를 놓쳐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선친이 물려준 부동산을 정부가 강매 처분해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해결책이라고는 시골의 땅과 임야가 팔리는 것뿐이라고 토로한다. 운이 좋아 세금을 랜다고 해도 그의 손에 쥘 돈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빨리 팔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런데 전국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사겠다는 사람은 좀체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어 세금 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K씨 사례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상속세 문제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일'로 다가온다.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아으면 기쁘고도 고마운 일인데도 K씨처럼 가족 간 내분, 급여압류 등 온갖 시련이 다가오기에 반길 일만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남긴 상속 재산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이 나올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기가내야 할 세금은 자산가들의 그것에 비하면 적다면 적은데 그렇더라도 다가오는 부담은 결코 적지 않가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 기업인들에게 상속증여세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등이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려고 주식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좋은 사례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상속하거나 증여했다가는 회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른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과세표준과 세율(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는 10%, 5원 이하는 20%, 10억 원 이하는 30%, 30억 원 이하는 40%다. 30억 원 초과는 50%다. 과세구간별로 누진공제가 이뤄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최고세율이 일본(5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현행법상 상속세율은 1997년 상속세법이 상증세법으로 전면 개정될 때 기본 틀이 결정됐다. 1999년 상증세법이 개정됐으나 최고세율을 5% 상향한 것 외에 나머지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542조 원(1997년)에서 2150조 원(2022년)으로 약 4배 증가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73만 원(1997년)에서 4249만원(2022년)으로 역시 약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2.67%였는데 집값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그런데 상속증세율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상증세 등 세금은 소득수준 상승 등 경제상황에 맞춰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과세표준과 세율이 탄력있게 조정되지 않으면 부자들만 낸 세금을 중산층도 부담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K씨의 사례는 이미 그런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경영자는 가업승계를 하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엄두를 내기 어렵다. 상속세는 당연히 내야하겠지만 재산을 사실상 빼앗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고 있는 현실에서는 납세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부자들도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세금회피를 위한 탈법이나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있는 요인을 제공한다.

10년간 5000만 원인 증여세 비과세 한도도 마찬 가지다. 결혼을 앞둔 자식들에게 전세자금 마련을 도와주려고 해도 세금 부담이 무섭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5억 7920만 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세금도 수억 원에 이른다. 결혼하겠다는 자식들을 도와주려는 부모는 세금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상증세율이 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합법을 가장한 재산 탈취의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으리란 것을 누가 보장하겠는가. 상증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고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좋은 일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납세자들의 안이한 생각이 세정 당국이 시대 변화에 눈을 감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증세율은 시대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그래야만 억울함을 당하는 납세자도 줄일 수 있고 조세저항도 피할 수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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