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자는 '수은법' 개정안에 '30조 계약'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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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잠자는 '수은법' 개정안에 '30조 계약' 물 건너 가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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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0조 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이 맞물린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방산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중 폴란드와 30조원 규모의 2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으나, 수은 자본금 한도 등에 가로 막혀 계약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따라 자칫 30조 원의 방산수출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보이고 있어 합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무기 수출은 규모가 커 통상 수출하는 국가 공기업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KTSSM-Ⅱ 2발을 발사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TSSM-Ⅱ 2발을 발사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기업이 주도한 폴란드 2차 계약 무기 구매 대금을 추가로 대출해줄 수 있도록 하는 '수출입 은행 법' 개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은법 개정안이다. 

제일 먼저 개정안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1대 국회가 개원한 첫 해인 지난 2020년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이를 30조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민주당의 양기대 의원이 같은해 10월 이를 35조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여야가 수은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이 수은 자본금 한도 규제로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국내 방산기업과 124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輕)전투기 FA-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주포 K9 '썬더'와 다연장로켓 '천무',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등이다. 현재 1차 사업은 본계약을 체결하고 양산·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KAI는 FA-50 경공격기 48대를 폴란드에 수출하기로 했다.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썬더' 672문과 다연장 로켓 '천무' 288문을 수출하기로 큰 틀에서 약속했다. 같은 해 K9 212문과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등 124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K9 남은 계약 물량 일부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을 체결했다. 큰 틀에서 약속한 672문의 46% 규모인 308문이 남았다.

현대로템도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180대 수출을 확정했고, 820대 계약을 2차 계약 물량으로 남겨뒀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한 K2'흑표' 전차.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한 K2'흑표' 전차. 사진=현대로템

2차 사업은 약 30조 원 규모로 당초 지난해 상반기 계약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차 계약은 연기됐다. 1차 사업 금융지원을 담당한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2차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상 수은은 특정 대출자(대기업집단)에 대해 자기 자본(15조 4000억 원)의 40%(6조 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수은은 1차 사업에서 6조 원 가량의 신용공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이 때문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폴란드 방위산업 2차 수출 계약에 약 3조5000억 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방산업계는 2차 사업 규모가 3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수은의 정책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수은법 개정안에 대해 '수은이 우리나라의 대외경제 부문에 대한 정책금융 수요를 적기에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정자본금 규모를 적절히 확대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특히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오르는 방위산업의 경우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민간금융에 더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법안 검토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27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수은법 개정안 3건을 모두 상정했지만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법 개정에 신중론을 제기한데다 12월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에 밀려 수은법 개정은 지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은 계약을 할 때 정부 금융 지원을 하는데 한국은 금융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폴란드 정권이 교체되고 수은도 한도가 차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수출입은행(EXIM)이나 일본 수출입은행(JBIC)은 신용공여 한도가 없다"면서 "대규모 방산 계약시 시중은행들은 수은이 보증하거나 정부가 리스크를 일부 지기를 원하는 만큼 K방산 수출을 위해서는 수은의 신용공여 한도 확대와 함께 자본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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