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온 봄, '어사화'가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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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 온 봄, '어사화'가 전하는 말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2.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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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화'는 탐화랑(探花郞)이라 불리는 3등의 급제자가 임금 앞에서 한꺼번에 받아서 여러 다른 급제자에게 나누어 꽂아 주었다고 합니다. 문과와 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준 꽃으로 종이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급제자는 삼일유가(三日遊街)라고 해 임금이 내린 어사화를 꽂고 악대를 동반해 3일 동안 일가친척과 시험감독관들에게 인사를 다녔다고 합니다. 어사화의 유래는 정확히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사화는 '봄을 맞이 하는 꽃'임에 틀림없습니다. 봄을 맞이 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라는 이름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매화처럼 꽃이 빨리 핀다고 해서 '황매'라고도 한답니다.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유래와 이름이 어떻든 봄이 문턱에 다가온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안성시의 L 리조트를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입니다.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탄 조금 지나 봉담으로 빠지는 길을 타고 갔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우연히 언덕 아래 피어있는 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개나리인 줄 알았습니다. 리조트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어사화'라고 하더군요. 무심하게,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 어사화가 봄의 전령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경기도 안성시 정남면 L 리조트에 핀 어사화. 사진=박준환 기자

어사화를 보니 바람의 찬기도 누그러진 듯하고, 햇살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을까요? 계절의 순환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요. 계절을 반기는 마음은 간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봄이 마음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으니 어사화가 노란 자태를 자랑하니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 일찍갔다 돌아오는 길이어서 봄음 피곤했지만 마음은 맑았습니다. 벌써 따뜻한 봄날의 햇살로 온몸이 충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졸음도 오지 않았습니다. 동네에 와서 집 문을 두드릴 때 어사화를 모자에 쓴 듯했습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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