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5000원 배당 안 통과...기말 배당 104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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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5000원 배당 안 통과...기말 배당 1040억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3.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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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표 대결로 관심을 모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대주주 영풍이 반대한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지만 고려아연이 제안한 주당 1만 원 배당안은 통과됐다.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75년간 가문경영을 해운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이 상당한 만큼 양측의 경영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안은 원안대로 통과시켰지만 정관변경은 부결됐다. 사진은 고려아연 로고와 생산하는 금.  사진=고려아연유튜브 캡쳐
19일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안은 원안대로 통과시켰지만 정관변경은 부결됐다. 사진은 고려아연 로고와 생산하는 금.  사진=고려아연유튜브 캡쳐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영풍과 장 고문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02%로, 최 회장 일가 지분율(15.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최 회장은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LG화학, 한국투자증권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결과 우호 지분을 합친 지분율이 33%로 높아졌다.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사진=고려아연

20일 업계에 따르면,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주주총회에서 논의 안건 1호 의안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이 통과되고, 정관 변경을 담은 2호 의안은 부결됐다.

1호 의안은 참석 주주 수의 62.74%의 찬성으로 고려아연의 원안이 통과됐다. 고려아연이 올린 1호 안건은 기존 주당 1만 원의 배당을 5000원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호 의안은 참석 주주 수의 53.02%가 찬성해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기에 부결됐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고려아연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측은 안건에서 "권유자 측이 제안한 기말배당안 주당 1만 원은 배당성향 77.1%에 해당하며 이 경우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9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이는 회사의 기존 배당정책에 따른 배당성향을 과도하게 상회해 주주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과도한 배당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져올 우려도 있는 것으로 판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과도한 배당은 회사의 건전성과 미래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와 동시에 안정된 배당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7.49%의 지분을 가진 3대 주주 국민연금은 이날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은 이날 영풍 측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76%에서 96%까지 높아져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률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도 고려아연 측 제시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무승부'지만 사실상 고려아연의 '판정승'이라는 재계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기존 제련 사업은 물론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 방침, 주주 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윤범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 회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을 달성한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동시에 사회 흐름에도 부응하는 신성장동력을 고민했고, 신재생 에너지와 그린수소 에너지,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비전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면서"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의 표 대결은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최씨와 장씨 일가의 경영이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는 트리거(계기)가 됐다"면서 "최 회장의 경우 신사업 추진을 위한 경영권 강화 시도를 지속할 것이고, 장 고문 등 영풍 측의 견제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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